휴식은 빨래 같아서

휴식은 얼마나 필요할까?

by 이춘노

휴식은 무조건 좋다.


그렇다면 얼마나 쉬어야 질병이 나아질 정도의 휴식일까? 요즘 세상은 아프면 쉬라고 하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특별휴가는 5일이 전부다. 그 외의 것은 개인의 몫이다. 결혼을 해도 5일이고, 보통 휴가를 쓴다고 해도 3일 이상 쉬어본 기억이 없다. 보통의 휴식은 딱 3일 정도다. 몸과 마음이 아프더라도 일주일을 넘기는 것은 주변에 민폐를 넘어서 나약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아픈 사람들에게 비난한다. 그것밖에 못 한다고 말이다.


3년 전, 나는 인사가 나고 휴직을 고민했다.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 발령을 받았다고, 내 몸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었다. 놀러 간 것이라면 모를까? 그곳은 휴가지가 아니라 생활 터전이다. 당장 생계를 논하는 장소에서 휴식은 불가했다. 그래서 그에 앞서서 새로운 짝꿍에게 좀 쉬고 싶다고 하고는 3일 연가를 냈다. 연가 3일에 휴일을 더해서 5일 동안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여행을 떠났다. 여자친구와의 여행도 아니다. 한여름, 가방에 옷을 꾸역꾸역 넣고 충전기와 부채 하나 들고 떠난 길이었다. 사실 딱히 휴식의 기간에 거창한 것을 할 생각도 없었다. 무작정 출근하기 싫었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남원을 벗어나서 대도시로 향했다.


무작정 오른 길에는 신용카드와 핸드폰만 있으면 충분했다. 시간이 많을 때는 돈이 없어서 정작 서울에서 살면서도 다니지 못했던 곳을 돈이 생기니 막상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남들처럼 하고 싶은 것은 많으나 당장 하루를 쉬더라도 아무것도 못 하는 처지에서는 서울이 답이었다.

과연 내가 어디를 갔을까? 노량진이다. 그것도 노량진 어느 한구석에 있는 찜질방이었다. 단돈 2만 원이면 숙식이 가능한 천국 같은 곳이 내가 간 첫 여행지였다. 정확히 말하면 숙소다. 밤에 KTX를 타고 와 서울의 밤을 구경할 틈도 없이 들어가서 매점에 계란 라면에 식혜 한 모금 먹고는 아무 데서나 눕는다. 주변에 소음이 가득하지만, 적당한 온도 때문에 자장가처럼 들렸다. 그리고 잠이 든다. 수면제를 먹고, 시계의 초침도 불편해서 잠을 못 자던 병자가 신기하게 숙면하는 공간. 이만큼의 휴식이 어디 있을까? 4박 5일을 이곳에서 지낸다고 해도 딱히 억울하지 않을 것 같은데, 배고픈 위장과 무언가를 봐야 하는 안구는 밖에 나가길 원했다.


익숙한 노량진을 추억하며, 평소 먹고 싶었던 사장님의 정이 듬뿍 담긴 바지락 수제비를 먹고, 광화문에 가서는 서점에서 책을 보느라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덕수궁과 경복궁을 하루하루 둘러봤다. 혼자서 그렇게 3일을 보내고 나면 서울에 사는 친구와 노량진에서 두툼한 모둠회와 칼칼한 매운탕에 소주 각 1병을 마시고는 사육신 공원에서 한강을 봤다. 63빌딩도 그대로이고, 한강은 예나 지금이나 흐르고 있었다.


이것이 거창할 것 없는 나의 휴식이었다. 해외를 가는 것도 아니고 국내의 유명 관광지를 갔던 것도 아니다. 단순히 내가 그동안 익숙하고 편안했던 곳에서 잠을 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자유로움을 느꼈을 뿐이다. 세상이 부모님이 돌아가신 상황에서도 5일밖에 시간을 주지 않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정신과 선생님이 너무나 재미있게 놀다 보면 돌아오는 길에 더 힘들 거라고 했던 말도 떠올랐다.


“돌아가야 하는구나.”


혼잣말에 영혼이 없다.

여행하면서 내가 입었던 옷을 셀프 빨래방에서 세탁하는데, 멍하니 그 과정을 지켜봤다. ‘내가 아무리 여행을 떠났어도 할 것은 해야 하는구나. 흘린 땀에 세탁물이 생기면 깨끗이 빨아야 내일이 있겠다.’라는 생각 하니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이 들어서 여행을 오길 잘했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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