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로 5

저녁이 있는 삶

by 이춘노

저녁에는 모두 집에 돌아간다. 입고 먹고 자는 것이 해결돼야 사는 것처럼 지내는 것이라고 어릴 때부터 들어왔다. 세상에 굶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정상인 세상에서 과연 우리는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를 묻고 싶다.


"식사는 하셨나요? "


굶지 않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일하느라 밥을 먹는 것이 별것 아닌 상황이 어느 순간 온다. 아니 너무 당연하게 그렇게 살았기에 강제로 간헐적 단식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리고 모두 그리 말했다.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이다. 나는 대강 살려고 마음먹고, 복직했다. 아니다. 사실은 그만둘 핑계를 찾고자, 최대한 밝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적어도 이 정도는 노력하고 있었다고 강변하고 싶은 주제로 삼고서 나중에 이야깃거리를 만들고자 복직을 했다.

오지 않는 잠을 청하려고 약도 먹었고, 아침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꼭 부여잡으려고 또 약을 먹었다. 한숨보다는 웃음으로 상대를 대했고, 귀찮은 일에는 붉은 동그라미를 그리며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했다.

적어도 비겁하게 도망치는 모습은 다시는 보이고 싶지 않아서 인생의 결판을 지어보기 위한 과감한 도전이었다. 그랬기에 덤덤하게 복귀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배치받고 온 면사무소이다.

시골의 밤길은 무척이나 어둡다. 4월의 벚나무의 꽃 터널은 달빛조차도 들어오지 않는 더욱 짙은 밤의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의 저녁도 더 일찍 맞이하게 했다. 단순하게 그러한 곳이 아님을 알지만, 길은 길대로 어둡고 또 아득하게 멀다.

모처럼 교육이 있어서 시청에 와서 꿈같은 세상을 만드는 계획을 듣고는 쓴웃음이 나왔다. 과연 그러한 천국 같은 세상은 오기는 하는지? 하늘의 천명을 받들어서 온 세상에 날개를 달고 휘젓고 다녀도 밝아질 리 없는 세상에서 우리의 존재는 과연 날개 달린 천사일까? 아니면 이유 없이 날아들면 반갑기만 한 까치 정도 일까? 아니면 그조차도 아닌 가벼운 존재들 일지? 새로운 신입 직원들 표정에서 묘한 궁금함이 샘솟았다.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는 존재들이 과연 그 천국 같은 세상에서 밤이 올 것인지는 고귀한 존재가 아니더라도 금방 알 것 같았다. 이 업무를 하는 동안에는 순수한 저녁이 있는 삶은 물 건너갔구나.

사실은 너무 편하게 살고 싶지만, 그렇게 살 수 없었기에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사는 것이 너무 비참하니까. 너무나 기대하고 합격한 신규 직원들이 차츰 눈 밑에 다크서클과 활기찬 기운이 사그라드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안쓰럽다. 왜 이곳에 왔느냐고 반문하는 것도 이제는 지겹기에 묵묵히 지켜본다.

사람을 보는 직업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관상을 보는 수준까지 오는 것은 이러한 이유겠지? 난 그냥 그런 생각을 했을 뿐이지만, 현실은 너무 냉정하고, 차디차다. 만약 내가 신규들에 강의하게 된다면 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여러분은 저녁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노량진 고시를 버티고 오셨지만, 다 그건 허상입니다. 그러니 포기하세요? 그래야 할지. 거짓된 말이라도 참으면 복이 온다고 할지? 고민이 될 것 같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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