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는 거미줄을 애써 만들지만
보기 위태롭다

섬진로 9

by 이춘노

가로등 불빛에 비친 거미줄이 참 묘하게 생겼다. 거미는 본능적으로 가장 좋은 위치에 제일 튼튼한 구조로 거미집을 만들었을 것이다. 굵은 줄기가 세 개나 보이는 거대한 거미집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참 위태롭게 보였다. 살짝 불어오는 바람에도 휘청거렸고, 그날 일기 예보에는 비가 내릴 것이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거미는 저 높은 곳에 거미줄을 이어서 집을 만들었다.

사실 거미줄은 저런 곳에만 있지 않다. 내 창문에도 있고, 옷장 위에 쌓아둔 이불 위에도 있고, 책상 스탠드에도 있다. 나의 손길 한 번에 무참히 뜯어지는 거미줄임에도 어느 순간 원상 복귀되어 있었다.

한 번은 휴직하는 동안 아무런 청소도 하지 않고, 방을 한 달 넘게 방치한 적이 있었다. 단순하게 만사가 귀찮았고, 아팠다. 그나마 움직이는 것이 있다면, 개미보다 거미가 나은 것 같았다. 모기가 날아다니면 거미줄이 있어서 더 좋을 것 같아서 놔두었는데, 막상 불편한 것이 없어서 한동안 거미와 그리 살았다. 거미줄이 있는 것 자체가 어쩐지 내 마음과 비슷한 것 같아서 친근함까지 느껴졌으니까 말이다. 어찌 보면 거미한테 연민도 생겼던 것 같다. 하루하루를 정말 열심히 살지만, 비바람에 훅 날아가는 거미집이 내 모습이었다.

거미도 마음이 있었다면 속상하지 않을까? 제 몸을 다 쥐어 짜낸 실로 기초부터 실내장식까지 마무리한 집을 허무하게 잃어버리면 말이다. 나 같아도 화가 날 것 같다. 폐가나 후미진 골목에 있었다면, 적어도 오래 있을 수 있고, 더 크고 좋은 집을 만들었겠지. 그런데 하필 이곳에서 자리하고 있다는 이유로 날마다 혹사당했다. 생각해보니 거미도 짠한 존재다. 그런데도 쉬지 않고 실을 뽑아내는 모습을 보자니, 한편으로는 그 끈질김에 경외심이 들었다.


난 그렇게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불과 9개월 전이다. 난 이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 시작한 것이 말이다. 솔직히 그 생각은 훨씬 전부터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올해가 더 큰 무게로 다가오는 이유는 휴직하면서 시간을 벌었지만, 잃은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월급보다 그간 쌓았던 신뢰가 깨진 인간관계가 더 크게 다가왔다. 복직하면서 가장 깊은 고민했던 삶의 동력이기도 한 미안함이 간혹 심장을 찌르는 고통으로 느껴질 때는 괜히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냥 무덤덤하게 집을 만들고, 부시고, 다시 만들기만 반복하는 단순한 머리였다면, 이런 고민도 하지 않겠지. 어찌 보면 그것이 인생인데, 별수가 없다면서 깔끔하게 넘어가면 상관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남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잘 먹고 잘살면 좋을 심성이었다면, 이토록 힘들게 다짐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지금 저 거미줄이 내 상태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남겼을 거미줄이 집이 되었지만, 다음날에는 사라지고 없다. 그리고 다시금 그 자리에 실을 뽑고 있는 거미는 나였다. 그래도 나는 그렇다지만 잃어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살짝 불어오는 바람에도 슬퍼하는 것은 거미의 마음에는 그런 것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또 과거에는 든든한 존재들이 사라졌다고 해서 마음도 쓰지 않았으면 하는 것도 거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해보니까. 그건 좀 힘들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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