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여수를

섬진로 29

by 이춘노

여수를 참 여러 번도 갔다.


‘왜?’

나도 이유는 모르겠다. 갈 때마다 이유가 있었는데, 잊어버렸다. 그렇다고 쌓아둔 다이어리를 보기도 귀찮을 만큼 여수는 여행지 수준을 넘어선 곳이었다. 전라도 내륙은 바다가 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동해를 가기도 그렇고, 서해는 교통편이 불편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이미 여수를 향하고 있었다.


엑스포가 치러진 이후에는 기차를 타고 가기도 좋았다. 차가 있으면 그냥 다녀오기도 좋고, 특히나 타인과 함께 가기 쉬운 곳이 여수가 아닐지? 그럭저럭 볼거리도 늘어서 당일치기로는 우리 지역에서 제법 가는 여행 코스이다.

산에 사는 사람이 바다도 보고 회를 먹기도 좋았다. 그리고 돌산에서 나는 갓도 좋다. 그것으로 갓김치로 해 먹으면, 라면에 같이 쌉싸래한 향이 퍼지는 맛이 일품이다. 그리고 눈이 와도 피어나는 꽃도 있다. 동백꽃은 겨울철에 피는 꽃이라 아름답지만, 그 꽃잎이 제일 아름다운 순간에 뚝 떨어지는 순간의 모습도 참 극적이다. 어쩌면 조금은 섬뜩하지만, 모아 놓으면 그 풍경도 사진에 담아 놓고 추억할 수 있다.


오히려 바다가 있지만, 바다보다는 그 바다 주변에 내용물이 알차서 찾게 되는 여행지가 여수 같다. 그렇지만 혼자라면 여수를 가고 싶지는 않다. 그러기에는 너무 외롭다. 이유는 걷다 보면 알게 된다.

혼자 다니는 사람이 너무 적고, 연인이거나 혹은 친구와 지인과 단체 손님들이 가득한 거리마다 장범준의 ‘여수 밤바다’가 들렸다. 낭만 포차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모습을 상상하기는 여행지 분위기가 역시나 혼자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혼자가 아니라 이번에도 여럿이 여수를 왔다.

동료들과 함께 여수를 왔다. 나에게는 전혀 선선한 장소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달라지기에 나름 새로운 장소로 느껴지는 곳이 여행지의 매력이다. 주말에 활력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그 자체도 참 재미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이 같은 장소에 있지만, 각자의 추억을 또 기억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나도 잠시 과거를 상상했다.

20대의 나도 여수에서 있었다, 물론 30대에도 여러 번 여수를 왔다. 그리고 40대에도 동료들과 여수에 왔다. 사실 여수는 그대로인데, 내가 나이를 먹고 있다. 그렇게 쌓인 여수의 추억이 이곳에 지도를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다시금 함께했던 사람들을 추억했다. 아니 잊었던 여수에 왔던 이유가 슬슬 떠올랐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감성이 풍부했는데, 내리고 집에 돌아오니 잠들고 잊어버렸다. 역시 여행은 꿈같은 것 같다. 여수는 특히나 나에게 더 그런 곳 같아서 아련하다.

여행지면서도 너무 추억이 많으면 사는 곳 마냥 무덤덤해지는 것도 매력 아닐까.

이번 크리스마스는 여수 밤바다 어떨까? 가까운 타인이라면 좋을 것 같은데. 생각만 품다 또 그렇게 잊고 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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