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로 15
전화하다가 혹은 만남에서 난 한마디 더 하게 된다.
“밥 한 끼 같이 합시다.”
물론 그냥 한 말은 아니다. 솔직히 그 사람과 밥은 한 끼 먹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말인데, 바쁘게 살다 보니 지키지 못하는 약속이 되었을 뿐이다. 사람이 하루에 먹고살기 위해서 보통은 세끼를 먹고, 아무리 적게 먹는다고 해도 두 끼는 먹고 산다. 그 와중에 한 번은 생존을 위해서라고 해도, 한 번은 누군가와 함께 먹어도 남을 것이다. 아니다. 한 주에 한 끼는 약속을 지킬 법도 하다. 그런데도 말만 하면서도 정작 밥을 먹지 못했다.
이것도 안부를 전하다가 또 나온 식사 멘트에 주변에 나는 밥 사준다고 말만 하는 선배로 소문이 났다고 해서 잠시 웃고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던 것 같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난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는 것을 좀 싫어한다. 싫어한다고 하기보다는 불편하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일까? 애초에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다. 아마도 지금의 내 일하는 스타일이나 대화법을 본 사람이라면, 믿지 않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혼자 밥 먹고, 혼자 있는 시간을 꽤 즐기고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내가 그냥 인사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밥을 같이 먹자고 한 시기가 아마도 휴직하고, 복직을 시작하려고 한 무렵이다.
살다 보면 감사한 사람도 있고, 마지막이라 생각하면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복직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정말 이곳을 떠난다고 생각하면 만나서 식사를 해야겠다는 생각 했다. 그러니 떠오르는 이름이 쭉 이어져 나왔다. 그래서 휴직 중에 사람들의 이름을 적고, 식사하기 위해서 약속을 잡아서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코로나 시국이라서 그것도 다 이루지는 못했다. 또 복직하고 감사하고 미안한 사람이 더 생기니, 사람은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복직하고 시간이 바빠서 밀리다 보니 또 쌓였다.
그래서 난 누군가 밥을 먹자고 하면, 일단 거절은 하지 않는다. 기왕이면 내가 사려고 한다. 이 사람과의 약속이 또 언제 있을지 모를 것이다. 게다가 서로의 약속 시간이 겹치는 날은 쉽게 오지 않는다.
물론 혼자가 편하지만, 혼밥으로 유튜브를 보면서 천천히 식사를 즐기는 것이 내 낙이지만, 나에게 식사는 마음에 빚에 대한, 이자 상환이다. 그만큼 난 다른 지인들에게 마음의 빚을 많이 대출받았다. 요즘처럼 고금리 시대에 빚 상황은 빨리 해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가 너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요즘. 불금에 야근을 하는 큰 형님과 갑작스러운 저녁 식사를 했다.
메뉴는 뼈다귀탕. 생각해보니 마음만 두고 생각하는 그것보다는 역시 행동이 먼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형님을 보고 느꼈다. 형님의 나긋한 목소리를 들으며, 뜨끈한 국물에 찰진 밥을 목구멍에 넘기면서 과거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럴 때는 묘하게 흥이 난다.
그러고 보면 어느 후배의 말처럼 밥을 먹자는 말을 할 거면 구체적으로 약속을 잡아야겠다. 너무 이자도 연체하면, 가산금이 붙으니까. 그것도 되도록 빨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