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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Jan 04. 2023

2023년은 책을 보련다

글을 쓰다 보니 책에 굶주린다

  신년은 티브이를 꺼두었다. 몸은 빙판길에 넘어져서 왼쪽 어깨가 뻐근하고, 잦은 야근에 몸이 망가졌지만, 신기하게 누워서 책은 볼 힘은 있었다. 더구나 12월에 사둔 책이 탑처럼 방구석에 있으니 처리를 해야 했다.  


  책 읽기 좋은 날이다.

 

  기침 혹은 두통이 심해서 유튜브 영상도 머리가 지끈했다. 그 좋던 수면 영상도 2023년은 귀에 거슬렸다. 그럴 때는 무소음이 제일이다. 그리고 무소음에는 독서가 제격이다.


  나는 사실 스트레스에 취약한 이른바 '밴댕이'다. 성질이 급해서 그물에 걸리면 파르르 떨다가 육지도 못 가서 죽어 버린다는 속 좁은 녀석. 아마 나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어딘가에 신경을 쏟고 나면, 나도 모르게 집에 가면 몸이 퍼져 버렸다.              솔직히 이런 사람과 결혼은 무리겠다 싶은 몸뚱이다. 게다가 고집도 상당하다. 그런 내가 신년부터 몸이 말이 아니다. 기어서라도 출근을 해야 했는데, 병원만 갔다가 이내 누워 버렸다.


  잠시 내가 오늘은 병가를 냈다는 것을 적으려고, 다이어리를 꺼냈다. 그리고 적다가 보니  올해 목표가 보였다. 목표는 항상 거창했다. 매년 100권은 책을 보겠다고 맘먹었으나, 실상은 한 달에 두 세권 읽기도 힘든 게 현실이었다. 그래도 밴댕이의 습성일까? 쌓아 둔 책 속에서 읽을 것들을 휘리릭 넘겨가며 눕다 자다 깨다 중간중간 책을 보았다.

  아프다.


  아마도 링거의 효과는 딱히 없는 것 같다. 누가 그랬다. 나는 돈 벌어서 병원에 돈을 바치는 것 같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나의 사치라면 책을 사모으는 것이고, 틈나는 대로 읽고 있다. 별 볼 일 없는 작가 지망생이 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결핍 때문 같다. 단순한 지식 자랑으로 나열한 책이 아니다. 뽑아둔 리스트만 보아도 내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나열하듯 '나 이런 책 읽었습니다.' 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페이스북에 내가 읽었던 책을 사진을 찍어 올렸다. 내 부족한 기억력 때문이었다. 그만한 저장공간이 있을까? 사진에서는 아직도 그 당시의 모습 그대로인 책이다. 설령 지금은 먼지가 쌓인 상대로 보관되어 있더라도 당시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어서 요긴하게 쓰고 있다. 이제는 책도 읽으면, 리뷰도 쓰고 있다. 꽤 좋았던 책이라는 전제 조건이나, 솔직한 감상을 나누고 싶은 건 지식의 최대 장점이겠지.  

  

  난 여러 사람들이 본인이 읽은 책을 나열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사실 아직도 잘 모른다. 단순한 지식의 공유라고 생각하면 되겠으나, 나는 좀 다르게 이유를 말해본다. 지금 나에게 가장 부족한 것. 결핍에 대한 나열이다.


  새해에 읽었던 책을 쭉 쌓아 봤다.

  죽음, 일, 글. 핵심적인 요점은 나에게 지금 가장 중요하고, 제일 부족한 점이라는 반증이겠지. 그나마 지식에 대한 내용은 평소 과학 책을 읽겠다는 다짐을 지킬 수 있는 우주의 내용이라서 안심했다. 그리고 아마 나의 부족한 여러 가지 이유로 독서는 올해 가장 중요한 실천이 되지 않을지? 고로 나의 사치는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 같은데, 그러자면 돈을 벌어야겠다.


   아픈 몸에 책장을 덮고 눕는다. 내일에 내가 또 열심히 일 해야 보고 싶은 책을 살 수 있으니까. 어찌 보면 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생활처럼 한 달 벌어 하루의 방값을 내고, 밥을 먹고, 교통비를 쓰고, 책을 보는 건 20대나 40대나 똑같은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다. 그때와는 다르게 수험책이 아니라. 지금은 읽고 싶은 책을 볼 수 있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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