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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Oct 10. 2022

무지개는 어디까지 이어져 있을까?

비 온 후에 하늘 보기

  어릴 때 간혹 12가지 색으로 된 크레파스로 무지개를 그리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공책보다는 두꺼운 그림 도화지에 이것저것 그리다 보면 막막했다. 재주 없는 내가 그리기에 도화지가 너무 넓었다. 


  아주 어릴 적에는 해바라기가 그리기 쉬워서 그렸고, 풍경을 그리기에는 산과 강과 그 빈 공간을 채우기 편한 소재가 무지개였다. 사실 살면서 무지개를 보기는 참 어렵다.

  물론 과학시간에 배운 대로 대기 중 수증기에 의한 태양광선이 굴절과 반사, 분산이 만든 기상 현상이라 설명하기에는 너무 딱딱한 표현 같다. 그냥 보기 힘든 아름다운 모습이다.

  여하튼 비가 오면 생기는 무지개에 신기해하는 마음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같은 건 아직 순수한 심성이 있기 때문일까? 비가 온 하늘을 바라보고 우연하게 무지개를 목격한 사람이 보낸 선의로 나도 무지개를 감상했다.


  마흔이 되었지만, 가끔은 상상한다. 저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끝이 어디로 이어져 있을까? 막연하게 도착점은 별 볼일 없을 것 같지만, 저 다리를 건너는 행동만으로 행복해질 것 같은 기분은 어째서 생각나는 걸까?

  대체 휴무라고 맘 놓고 쉬는 것은 아닌 상황에서 와이퍼로 빗방울을 닦기만 했던 이른 아침에는 못 보았던 아름다운 하늘을 공유해 준 사람에게 감사하다. 어차피 같은 하늘에 모두 똑같이 살아가는 하늘인데, 누구는 보면서도 난 못 보는 것은 내가 하늘을 못 보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잠시 가을 날씨 머금은 하늘을 바라봤다. 비록 무지개는 없지만, 살짝 태양에 비친 하늘에서 옅은 무지개를 본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비록 내일은 출근하겠지만, 오늘은 그래도 기분 좋게 다들 하늘을 올려다보면 좋겠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무지개가 보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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