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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이 땡기는 그런 어느 날

설 명절을 앞두고 이별과 만남을 예고받다

by 이춘노

몸이 썩 좋지 다.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아마도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겠지? 좀처럼 좋아지지 않던 몸이 지난주에 먹은 딸기를 먹고 기운을 차렸다. 물론 시간이 지났기에 그럴 것 같지만, 점심조차 두유 하나로 버티던 내가 한입 크게 베어 먹은 딸기에 신기하게 입맛이 돌아왔다. 명절을 앞두고 맛본 덕분이었다.


그래도 어른이 되면서, 아니다. 사회복지 업무를 하면서는 명절이 싫었다. 쉰다고 쉬는 것도 아닌 업무의 폭탄은 피할 수 없고, 게다가 연초이다. 한 해를 깔끔하게 정리하지도 못했는데, 명절이 다가오면 손과 발도 바빠졌다. 그런 명절의 직전에 퇴근을 앞두고, 인사 예고가 떴다.

직장인에게는 익숙한 시기다. 어느 즈음 내가 이동을 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항상 품고 있다. 왜 그렇지 않던가? 직장인들은 항상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고, 더불어서 자신이 조직에 있는 동안에는 그 자리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각오해야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명절이기 앞서서 그런 평일의 퇴근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인사이동이 있던 직원과 최근에 복귀한 직원 셋이서 모처럼 번개(?)했다.

그냥 집에 가도 될 법한 날이었다. 내일은 설 연휴이다. 게다가 날씨도 쌀쌀했다. 뜨끈한 방에서 쉬거나 부모님을 뵙고 시간을 보내도 이상하지 않을 20일에 남자 셋이 모였다.


코로나 시국 이후.

참 많은 것이 변했다. 점심도 도시락으로 각자 먹고, 회식도 거의 없다. 게다가 일도 하는 와중에 갑자기 술 마시자는 말은 내 기억에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금에 인사가 났으니, 셋이 모여서 치맥을 먹기는 더없이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집 근처에 주차를 하고, 약속 장소를 가면서 새로 오실 계장님과 통화를 했다. 아는 분이고, 함께 과에서 일도 했던 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다음 주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난 도착했다.

이렇게 만날 사람과 약속하고, 떠날 사람은 함께 치킨집에서 건배를 했다. 네 가지 맛의 순살 치킨을 골고루 먹으며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여러 이야기를 안주 삼고 또 한 모금 마셨다. 역시나 치킨이나 이야기나 매운맛은 코와 목을 탁 치며 맥주를 불렀다.


모처럼 딱 치맥이 땡기는 날.

만남과 이별을 예고받고는 입맛보다는 술맛이 돌아왔다. 알고는 있었지만, 조금 마음이 허한 것이 아직 나는 사회생활이 부족한 것 같다. 명절처럼 오는 인사에도 이리도 치맥이 생각나는 것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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