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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Nov 28. 2023

겨울에도 여수 밤바다를 가고 싶다

여수 낭만포차 <돌문어상회> 삼합을 먹다

  가끔은 누군가에게 밤바다가 보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아니 이미 말을 지만, 사는 것이 바빠서 말을 했던 것도 잊고 살았다.


  그렇게 봄이 오고, 뜨거운 여름이 왔다가 가을이 오다가 금방 겨울밤이 왔다. 는 것에 핑계가 토록 많았다. 정말 연초에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가까운 꽃도 보기 힘들다면서 투정도 부렸다. 여름에는 비가 내려서 하늘 보기 무서웠고, 비가 그치고 더워서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 그리고 가을이 왔으나, 행사나 각종 일정에 달력만 보다 겨울 막바지에 여수가 생각났다.


  이름도 아름다운 '낭만포차'. 바가지가 극성이라는 상술이 판을 친다는 것도 많이 들었지만, 이름만 들어도 설렌다.

여수 밤바다

   역시 바다라는 곳은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그래서 이런 돈을 써서라도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그렇기에 되도록이면 유명한 곳에서 밥을 먹는다. 지갑에 돈 만원 짜리 몇 장이 더 나간다고 아깝지도 않다.

  <돌문어 상회>는 그런 점에서 삼합 먹기에 좋았다. 푸짐하게 차려놓고 소주를 마시다 보면, 길게 늘어선 줄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더불어 긍정적인 생각으로 남들이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했기에 추운 날에도 만찬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라는 점.


   연말에 느낀 이 풋풋한 감성은 삼합이 익어가는 속도와 비례해서 잘 어우러졌다. 관자와 돌문어와 갓김치와 삼겹살을 한테 모아서 소주 한 모금을 마시고는 함께 털어 넣었다. 그냥 맥주는 싫다. 찐한 소주의 향이 맛을 더 감칠 나게 만들었다.


  술병이 늘어가는 와중에 돌문어 라면을 먹고,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먹다가 다시 소주를 마셨다. 감사한 일이다. 이런 겨울의 바닷가에 야경을 맘껏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추억을 쌓을 여유가 생겼다는 점에 원 없이 밤바다의 짠내음을 들이켰다.


  아직 늦지 않았다.


  가까운 사람에게 말해봐라.


  "나 밤바다가 너무 보고 싶다."

   그리고 갈 수 있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 이미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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