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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May 14. 2024

짜장이냐 짬뽕이냐? 그냥 다 먹자

광주 터미널 <중산>에서 중식 먹방

  어디든 도서관은 있지만, 좋은 서점은 좀 멀리 가야 했다. 이게 소도시 주민의 불편함이랄까? 한 달에 한 번은 광주 유스퀘어 광주터미널로 버스를 타고 나들이를 했다. 개인차가 있지만, 그래도 대도시의 주차나 경비를 생각하면 그냥 버스가 나에게는 이득이었다. 본인이 운전하는 자유로움은 포기했지만, 손과 눈의 선택권이 더 생긴 틈으로 독서도 할 수 있으니 나름 좋은 시간이었다.


 버스를 타고는 떠나는 여행 같은 나들에는 큰 목적이 있고, 작은 세부 계획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식사이다. 항상 서점을 찾아가서 신간 서적과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내가 읽을 책을 고르지만, 식사는 매번 같은 식당을 찾지는 않았던 것 같다. 

  서점에서 서너 권의 책을 눈도장 찍고는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일행도 있었기에 식당에 선택은 오히려 폭이 넓었다. 혼자 하는 식사는 자유롭기는 해도, 결국에는 여러 음식을 선택하기에는 제약이 있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짜장이냐? 짬뽕이냐?'는 선택지가 대표적인 것이 아닐까? 

  그래서 터미널에서 백화점을 이어가는 수많은 식당에서 <중산>은 그냥 지나쳤던 곳이었다. 설령 내가 짜장이나 짬뽕을 하나 골라서 먹을 결단을 했더라도 줄 서 있는 대기자와 혼자 먹기에는 넓은 테이블을 독차지하기에는 아직 식사 내공이 참 부족했다. 

  그렇게 창가 쪽에 앉아서 고른 음식은 짜장과 짬뽕 그리고 그 중간을 이어 줄 탕수육이었다. 아마 먹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왜 탕수육이 중식당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인지를 말이다. 면은 같지만, 소스와 국물에 의해서 완전히 딜라진 그릇에 담긴 짜장과 짬뽕은 잘 비벼진 짜장 소스에 달짝지근한 탕수육과 함께 먹어도 좋고, 얼큰한 짬뽕 국물 한 입에 역시나 탕수육은 얼얼한 입안을 상큼하게 만들어 준다. 이 맛을 골고루 먹을 수 있다는 유혹은 사람을 모으는 힘이 있었다. 


  잘 비벼진 짜장을 일행과 함께 먹기 위해서 작은 접시에 담아서 주면, 역시나 오징어와 해물 그리고 국물 먹은 면을 담아서 다시 받았다. 나눠 먹는 정도 생기지만, 함께 있기에 행복한 물물교환이 아닐까? 또 그 가운데는 탕수육이라는 중립지대도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공정한 거래다. 짜장면과 탕수육, 짬뽕 국물에 탕수육을 번갈아서 먹다 보면 어느새 빈 그릇이 되고 배가 찬다. 

  나는 한편으로 중국음식을 먹다 보면, 이렇듯 정이 생긴다. 이사집에 가서 배달시킨 음식을 신문지 깔고 바닥에서 허겁지겁 먹는 것도.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삼삼오오 모인 친구들이 단체로 처음으로 회식 같은 식사를 하면서 아웅다웅 탕수육을 먹던 모습도. 아니면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사주신 시장 골목 허름한 가게의 짜장면도 말이다. 


  비록 시골시장은 아닌 대도시의 백화점 가는 길에 있는 깔끔한 식당이지만, 그 맛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달콤함과 중독성 강한 얼큰함과 상큼함이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함께 먹을 사람이 있다는 것이 더 뿌듯했던 광주 나들이었다. 


  혹시나 짜장이나 짬뽕이냐를 고민하는 순간이 온다면, 같이 먹을 사람을 한 명 불러라. 그럼 탕수육도 함께 먹을 수 있는 마법이 생길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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