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장소가 바뀌었다. 출근도 차로 30분은 걸렸던 곳에서 이젠 10분도 안 걸린다. 그리고 같이 일하던 사람도 모두 바뀌었다. 아마도 그렇기에 난 모든 것이 어색하다. 그래서 출퇴근 시간이 줄었다고, 마냥 좋아하기도 힘들다. 과연 이것이 좋은 것인지는 역시 지내봐야 아는 것이라서.
내 생각에는 만남과 이별에는 항상 소주가 함께 했다. 환영식과 환송식이 함께 있을 때가 바로 이 순간이기 때문이다.
우선은 환영식에 참석했다. 거의 내가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어색하게 자리를 잡고는 고기를 굽는다. 이미 서로와 친해진 사람들 틈에서 어찌 보면 손님 같은 포지션의 애매한 상황에서 떠나는 사람들의 눈물을 보면서 괜한 걱정이 들었다.
'과연 내가 이 속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역시나 소주가 없이는 서먹한 사이에 대화는 쉽게 이어가기 힘들었다. 함께 일할 사이지만, 아직은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동료에게는 추억보다는 묘한 긴장감이 더 앞서니까. 겉으로는 웃지만, 속은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고기를 먹고는 볶음밥에 소면을 먹었어도 돌아가는 길에 내일 출근할 일을 생각하면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내가 있었던 면에서 환송회를 하면서는 명절 업무로 찌든 피로가 광대까지 내려온 상황에서도 참석하는 기적을 보였다.
식당은 다르지만, 메뉴는 같은 삼겹살이었다. 장소도 오붓하지 않아서 대화 자체도 힘든 곳이었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함께 소주부터 마셨다.
일부러 가는 사람들 4명이 함께 앉아서 고기를 굽고 술을 마셨다. 아마 새로 일하는 곳에서 많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테이블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익숙하기에 눈빛으로 서운함과 아쉬움을 나눌 수 있었다. 다만 나에게 소주를 따라주는 사람들은 새로운 직원들과 함께 또 일을 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아쉬움에 내일 일은 잊고 안 가던 2차도 따라나섰다. 시원한 생맥을 마시자는 것인데, 안주도 가볍게 그렇지만 사람들의 기분은 한껏 즐거웠다. 다음 날에 밀린 일이 쌓였고, 마신 술도 제법 되었는데, 어디서 그런 여유가 나왔던지. 그렇게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자리를 함께 했다.
비록 이런 만남과 이별이 여러 번 있었지만, 또 그만큼 더 있을 것 같은 내 인생에 다디단 소주맛만 있진 않겠지. 그러함에도 나를 위해서도 그리고 모두를 위해서 빈 잔을 채워서 소주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