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비를 좋아하는 남자

인생을 위해 밀가루를 줄여야 했지만

by 이춘노

"확실히 밀가루를 끊어서 몸이 좋아진 것 같아요."


직원들과의 식사 시간. 요즘 결혼을 준비 중인 직원들의 다이어트 경험을 종종 듣는데, 밀가루를 끊고는 살도 피부도 눈에 띄게 좋아졌단 말을 자주 했다.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라면에 수제비에 몸에 안 좋은 것만 골라 먹는 내가 왜 몸이 좋지 않은지 이해했다.

뭐든 적당히라는 것이 미덕인데, 내 밀가루 사랑은 유독 각별했다. 주말에 식은땀이 나고, 답답한 마음이 들어서 눈을 뜨자마자 난 차를 타고 밖을 나갔다. 아마 구례 벚꽃 길을 달려 보려는 마음이었으나, 이미 비바람이 두어 번 몰아친 후라서 작년에 느낀 하얀 감동은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렇게 차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내가 자주 가는 남원의 수제비 맛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해물손수제비가 유명한 <큰집해물칼국수>에서 맑은 국물의 해물손수제비를 주문했다.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작년 여름부터는 얼큰 해물 손수제비는 일부러 먹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연상이 되는 것도 있기도 하고, 매운 것보다는 시원한 맑은 국물도 매력이 있어서랄까? 이런 스타일은 다슬기 수제비로도 좋지만, 각종 해산물의 국물 맛도 김치와 함께 먹는 깔끔함도 충분히 맛이 좋았다.

음식은 맛이 좋다. 단순히 라면을 정식 레시피로 해 먹어도 좋을 밀가루 음식인데, 맛집에서 먹는 감칠맛은 면 덕후에게는 놓칠 수 없는 순간이다.

역시 문제는 건강이다. 단순히 수제비를 좋아해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으나, 라면만 먹는 습관이 어릴 적부터 있어서 결국에는 다이어트도 실패를 했다. 그리고 건강 검진 시즌마다 조마조마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아마도 내 인생의 실패나 건강의 우려는 반 이상이 내 식습관인 것 같지만, 어쩐지 쉽게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단것은 즐겨 먹지 않는 것인데, 마흔이 넘고 보니 누적된 건강 이상은 간과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심란한 마음을 달래고자, 밥을 먹고는 구례의 화엄사를 갔다. 울적하고 힘들 때마다 찾는 나의 안식처인데, 꽃을 보려고 몰러든 인파 속에서 여유를 찾기는 어려웠다.

그나마 입구부터 걸어가면서, 카메라로 꽃과 풍경을 담아 보면서 생각한다. 저 돌탑을 쌓은 사람들의 기도는 주로 건강이었겠지? 나는 그럼 뭘 해야 할까.


건강을 빌었다가 점심에 먹은 수제비를 생각하고는 부처님께 잠시 죄송했던 순간. 부끄러움에 후딱 하산했던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