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이 많으면 삶이 불행해진다

삼척 맹방 유채꽃 축제의 벚꽃과 유채꽃을 보며

by 이춘노

"저 좀 쉬겠습니다."

미리 말했다고 했지만, 하던 일을 멈추고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주변을 당황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아마 가는 곳은 알고 있을 것이다.

"동해를 좀 보고 오겠습니다."

나에게 동해는 일종의 마지노선의 결정의 종착점이다. 모든 중요한 일을 선택하거나 마무리를 지으려고 하면 동해를 갔다.

아마도 그 시작이 군입대를 앞두고 떠난 정동진과 경포대였다. 동해 자체는 내가 사는 곳과는 거리가 멀어서 좀처럼 방문하기 어려운 여행지였고, 휴직하고 혹은 어려운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꼭 동해를 다녀왔다. 어쩌면 인생을 마감하는 순간에도 난 동해를 찾을 것이다. 그만큼 나에게 넓은 푸른 바다는 중요한 곳이었다.

그렇기에 동해로 가는 코스는 효율적으로 계산된 그리고 사심이 가득한 방법으로 7번 국도를 타고 진행되었다. 그러다 보면 종종 먼 타지에서도 익숙한 지형지물이 나오는데, 작년의 봄과 익숙해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내가 이번 동해를 가는 것은 딱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앞으로의 인생을 어찌 살지. 쉬어야 하는지? 그만둘지? 그 이상의 결정이 필요했나는 것과 삼척의 유채꽃을 보기 위해서였다.

조금 뜬금없지만, 7번 국도를 타고 오르는 길에 삼척 맹방 유채꽃 축제를 하는 것을 보고

'나중에 저기 가봐야지.'

마음속으로 약속했는데, 시기가 묘하게 겹쳤고, 더 이상 못 갈지도 모르는다는 마음에 무작정 쉬고 올라가는 것이었다.

몸상태는 예상댈로 엉망이었다. 먹는 것도 부실했는데, 과연 차를 타고 그 먼 길을 갈 수 있을지 몰랐다. 계획을 잡기는 일찍 출발할 예정이었는데, 밤 사이에 잠도 오지 않아서 남원에서 포항까지 무작정 밤운전을 했다. 대충 240km를 달려서 다시금 그만큼은 가야 삼척에 도착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박카스를 몇 병 마시면서 2024년 12월에 검은 바다를 보면서 고민하던 장소에서 잠시 생각 겸 쉬다가 작년의 코스를 따라 삼척을 향했다.

삼척은 과거 7번 국도 여행 중에 시장을 갔던 기억이 있다. 그렇기에 익숙한 곳이지만, 벚꽃이 피는 시기에 유채꽃이 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 했다. 사실 아름다운 것을 찾아다니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성향도 있었지만, 이 시기에 먼 길을 오기는 힘들었을 거니까.

어렵게 주차를 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다가 여행 오신 어르신 부부의 사진을 찍어 드렸더니, 단체로 나에게 사진을 부탁하셔서 본의 아니게 영업을 하고는 급하게 유채꽃 밭으로 도망갔다.


'이 정도 크기였으면, 달리는 중에 차를 돌려서 사진을 찍고 가도 되었을 것을...'

묘하게 작년에 아쉬움을 풀기 위해서 온 삼척이었지만, 풀리지 않았던 미련은 아름다운 사진만 남기고 말았다.


그리고 누군가 이 사진은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좋은 꽃구경 명소인데, 알려주고 싶었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이 시기에 삼척에 오라고.

나처럼 미련이 남기 전에, 이번 주에 꽃이 다 떨어지기 전에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난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실제의 만 분의 일이라도 담아 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