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이야기
“** 경찰서 형사 김 아무개입니다.”
경찰이 전화하면 일단 내가 죄를 지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누가 날 신고한 건가?’ 순간 인생을 돌아보면 정신이 든다.
“무연고 사망자 담당자 맞으시죠?”
그때야 업무라는 것을 인식한다. 하긴 나는 그렇게 경찰한테 심문을 받을 만큼 죄를 짓지는 않았다.
“1시간 후에 찾아뵙겠습니다.”
형사들 말투는 참 간결하다. 가끔 전화로 문의를 하는 정보과 직원은 열두 고개 질문을 무한 반복하는데, 역시 드라마처럼 형사는 카리스마 있게 말을 하고 전화를 끊는다. 생각해보니 내 업무 중에서‘무연고 사망자 처리’도 있었다. 전임자 말로는‘1년에 두 건 정도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 있다’라고 했다. 마치 명절 같은 업무라는 것이다. 급하게 무연고 지침과 과거 공문을 찾는다. 그런데 생각보다 형사들이 빨리 왔다. 형사의 팔뚝만큼 두꺼운 서류를 챙겨 들고 담당자를 찾는다.
자리를 바로 옮겨 상담실에서 처리를 위한 검사 지휘서 및 각종 서류를 챙겨 보여준다. 지리산 자락에서 약초꾼이 발견한 유골과 유품으로 추정되는 가방과 옷가지를 사진으로나마 본다. DNA 감식을 위해 병원의 안치실에 누웠을 유골은 끔찍한 모습이라기보단 간결한 백골 그 자체다. 결국, 이분은 6개월간 인적 사항을 알지 못해 검사 지휘서에는 성명 불상으로 발견 당시의 장소와 시간만 명확하게 나와 있다. 그분은 오랜 시달림 끝에 내사 종결을 통한 행정 처리가 되었을 때 비로소 잠들 수 있는 것이다.
인수인계서에 서명하고 마음이 바빠진다. 관련 공문도 작성해야 하고, 공고 절차도 진행해야 하며, 빨리 장례식장에 절차 진행도 의뢰해야 한다. 일단 모든 업무를 미뤄두고 공문 결재와 장례 절차를 진행한다. 명절처럼 찾아오는 업무라서 과거 공문들을 찾고, 전임자에게 묻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이 다가온다.
밤이 되기 전에 장례식장을 다녀온다. 하루라도 늦어지면 안치료가 추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업무에는 시간이 돈이다. 고인은 산속에서 발견될 당시에도 상당 기간 방치되다가 옷가지도 너덜너덜해진 상태였으니, 혼자서 산속에서 있었을 것이다. 본인을 찾지 못하게 산속 깊은 곳에서 생을 마감한 사람에게 이름도 없이 장례를 치른다는 것이 씁쓸하다. 그래도 이 사람은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본인을 찾기 위한 경찰의 노력을 느꼈을지는 상상할 수 없지만, 그렇게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서류상 상주가 되어 한 줌의 재가 될 것이다.
밤이 되자 낮에 보았던 유골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름도 모르는 유골의 장례를 위해서 미뤄둔 업무를 하면서도 사진이 생각난다. 당시에는 형사가 앞에 있어서 담당자 체면을 생각했다. 그렇지만 처음 맞는 업무에 긴장했나 보다. 혼자 남은 사무실에서 막연한 공포가 느껴진다.
이름 모를 그분은 본인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였고, 누군가의 도움으로 무사히 장례를 치렀지만, 대부분의 무연고 사망자는 본인 이름이 있다.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과 다르게 무연고의 진짜 의미는 이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장례를 치를 가족이 없다는 뜻이다. 자녀가 있지만, 혼자 있는 집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아버지의 장례를 거부하는 때도 우리 주변에는 허다하다.
나도 죽음을 생각한다. 일이 힘들 때마다 주변의 죽음과 나의 마지막을 결부시킨다. ‘형제도 없는 노총각이 혹여나 홀로 죽었을 때 장례는 누가 치러줄까? 좁디좁은 노량진 105호 고시원 방에서 병들어 죽었다면, 얼마 만에 발견되었을까?’ 명절만큼 찾아오는 무연고 사망자 업무는 자주 오지는 않지만, 결국 언젠가는 찾아오는 죽음처럼 왔다. 필연적인 죽임이기에 다른 업무보다 더 관심이 갔다. 마음 같아서는 무연고 장례 시스템에 관한 논문을 쓰고 싶었지만, 누구도 관심이 없다. 너무나 화려한 이웃돕기라는 업무와 너무나도 뻔뻔한 행려자들의 요구에 밀려서 명절처럼 찾아오는 그분들은 우리에게서도 지워진다.
결국, 복지도 화려한 것과 좋은 것만 우선하는 것은 별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늦은 밤, 야근하면서 유골 생각에 놀란 나는 고인에게 미안하다. 실제로는 죽은 사람보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무서운 것인데, 마지막까지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을 그분이 죄는 없기에, 그렇게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날 일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