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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에 글쓰다 Feb 26. 2024

오늘은 나에게 게으름을 선물하자

머릿속이 꽉 찼다고 느낄 때 터지기 직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법을 택한다. 그렇게 몇 시간을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보면 너무 쉬었다는 생각에 다시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는 별로 하는 일이 없다고 느낀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볼 때 나는 바쁜 사람인지 늘 내게 '바쁘죠?' 안부인사를 건넨다. 완벽하지 않은데 내가 가지고 있는 완벽주의는 내게 쉼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게 게으르지 않으면서도 게으르다고 생각한다.


멍 때리는 시간이 유익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게 쉼을 허용해야만 한다는 이야기다. 스트레스는 일이 많아서라기보다는 내면이 치열한 전쟁을 치르기 때문이다.


너무 꽉 찼다고 느끼는 날 합법적으로 멍 때리러 단골 카페로 향한다.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카페다. 이사 올 때 마침 가까운 곳에 카페가 생겨서 시골살이를 시작한 나에게는 오아시스와 같았다. 지금은 핫플레이스가 되어서 주말엔 찾기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


좋아하는 커피 향을 맡으며 바다를 바라본다. '오늘은 물이 다 빠졌네. 물이 들어왔네'하며 한참 멍을 때린다. 바다의 밀물과 썰물처럼 꽉 찼던 것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멍 때림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완벽주의쟁이에겐 좋은 핑곗거리가 된다.


[민담의 심층] 책에서는 게으름에 대한 창조적인 퇴행을 말하고 있다. 민담에 나오는 게으른 삼 형제 이야기에서 배울 수 있다.


게으름이 창조적으로 퇴행하는 예로 게으름뱅이가 동물소리를 듣거나 우연한 사건을 잘 이용하여 성공하는 이야기가 있다…. 상식적인 세상에서 바쁘게 일하는 사람은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일을 향해 도피'하는 많은 현대인들은 열심히 일하고 바쁘게 산다는 구실로 내면의 소리 듣기를 거부한다.


꽉 찬 날에는 나에게 게으름을 선물하자.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밖의 일도 진행시킬 에너지가 생길 것이다.


내게 아낌없이 게으름 진행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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