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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에 글쓰다 Feb 20. 2024

글 짓는 여인

글쓰기.

이렇게 재밌어도 되는 일인가.

프리랜서로 일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은 집에 있다.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거나 딱히 할 일 없이 지낼 때도 있다.


브런치 스토리 작가가 되면서 앉으사 서나 생각을 한다. 한번 앉아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내가 언제 삶을 지루하게 느꼈지? 내게서 창조성이 뿜어져 나온다. 글이 막힐 때는 '내게 글쓰기가 어떤 의미였더라' 되물으면 풀리는 것을 느낀다.


우울감에도 스펙트럼이 있는 것처럼 범위가 굉장히 넓은데 우울에 이면에는 창조성이 있다고 한다. 잃어버린 것이 있으면 찾기 직전의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게는 글쓰기가 잃어버린 나를 되찾는 것과 같았다.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박사 과정에서 워낙 공부할 분량이 많았다. 쉬지 않고 공부만 했으니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거기다가 상담 자격 과정을 동시에 몇 개를 진행시켰다. 경력단절의 영향이 컸다. 처음엔 좋아서 했는데 의무가 되었고, 과제로 내야 할 글 앞에서 미루기 일쑤였다. 그래도 꾸역꾸역 기한을 맞추고 다 마친 후에는 쉬는 시간이 길어야 추슬러졌다.


지금은 어떠한가. 스스로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원하는 글을 쓰는 맛이란.

한참 쓰다 보면 방학 중인 삼식이들이 밥 달라고 아우성이다. 방학이니까 돌밥 돌밥. 돌겠다. ㅎㅎ

몰입하던 것이 깨져 아쉬워하며 주방 앞으로 간다. 밥 하며 빨리 책상 앞에 앉을 생각에 즐겁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며. 오~ 놀라워!


저장해 놓은 글을 보다가 또 생각나서 또 쓰고. 줄줄이 사탕 같다. 글쓰기 모임에서 추천해 주신 김종원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1년만 꾸준하게 글을 쓴다면 달라진 내가 있다니. 마음 근육이 단단하게 생겨있을 나를 생각하니 흥분되기까지 한다. 머리가 쓰는 게 아니라 마음이 쓰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그는 생각했지만 나는 더 생각했고, 그는 가끔 생각했지만 나는 늘 생각했고,
그는 쉽게 자리를 떠났지만 나는 생각나지 않으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중에서-  


오랜만에 맛보는 희열이다. 가끔씩 스치듯 지나가는 희열을 맛보곤 했다. 그리곤 다음 희열을 찾았다.


희열.

내게서 창조성이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감정이다.

나를 찾고, 의미를 알고부터다.


"엘랑비탈"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의 철학적 용어다. '삶의 약동', '생의 비약'의 뜻을 가지고 있다.

생명이 가진 능동적이고 근원적인 힘이라는 말이다.

순수 지속의 특성은 직관을 통해서만 파악된다고 한다. 진정한 시간이란  살아 움직임으로 인해 내적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창조의 시간이라는 것이다.  


분석심리학에서 여성의 개성화를 표현한 민담들 속에서는 여성들의 바느질이나 실 짓기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글을 짓는 것도 이와 같은 원리이다. 개성화란 내면의 소리를 들으면서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 어찌 글쓰기뿐이겠는가. 자신만의 것을 찾아 진정한 시간을 누린다면 우리 속에 생명의 약동이자 희열이 계속해서 우릴 감쌀 것이다.


흩어져 있던 것들이 모아지고 있다. 글쓰기가 그 작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오랜 상처들은 숙성되어 삶의 거름이 되어가고 있고, 불쑥불쑥 다스려지지 않았던 감정들과 지식들이 한 곳으로 모이고 있다. 퍼즐이 완성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우울했던 내게 희열이 선물처럼 선사되는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글을 읽는 여러분의 마음에도 그런 시간이 주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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