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시절, 교복치마 안에 체육복 바지를 입어야 편했다. 통기타를 메고 호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먼 산을 바라보곤 했다. 후배들에게 "언니 멋있어요"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팬레터도 종종 받았다.
반면에 언니는 심은하 닮은 꼴이었다. 그 당시에^^.
언니가 어릴 때부터 장난으로 건넨말을 스무 살이 되도록 믿고 있었다.
"못생긴 게"
지금에야 '자기가 더 못생긴 게' 라며 되받아 칠 수 있지만, 그것이 내게 수치심으로 깊게 다가왔던 것 같다. 외모 콤플렉스가 없는 척하려고 여성성을 포기했던 것 같다. 소심하여 눈치를 많이 보던 그때의 나는 못 생겼으니 남자같은 사람이 되자고 마음먹었나 보다. 자매가 있는 집에는 더러 있을법한 이야기들이다. 평생 경쟁자를 만난 것이니. 꽤 오랜 시간이 지나 예쁜 옷과 액세서리로 나를 가꿀 수 있게 되었다. 남편과 연애할 때 처음으로 옷 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뭐만 걸쳐도 예쁘다 해줬으니. 지금도 그렇게 말해주긴 하지만 어째 믿어지지는 않는다. 뭐가 필요한가? 숨은 속내를 살펴보곤 한다. ㅎ
대학생이 되어 친구들과 화장실에 같이 가면 당당하게 거울을 보며 치장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여대생이면 얼마나 예쁠 때인가. 자신이 예쁜 줄 알고 가꾸는 모습이 신기해 보였다. 나는 더 볼게 뭐가 있냐며 손만 씻고 멋있게? 나왔다. 나는 가끔 '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 번은 신입생 환영회 때 포크댄스를 추는 시간이 있었다. 3월 초 참 추웠던 기억이 난다. 손이 다 터져 있었다. 핸드크림이란 개념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을 때이다. 나의 파트너 남학생이 나의 손을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얼마나 창피하던지. 그때 기억이 아직도 난다. 왜 나는 그렇게 나를 내버려두고 돌보지 않았을까. 잘못된 말도 다 내 것으로 믿으면서 말이다.
어느 날 나를 찾는 과정에서 속에서 울리는 말이 있었다.
"네가 얼마나 예쁜지 아니?"
아... 나는 예쁜 사람이구나. 왜 그걸 지금까지 몰랐을까. 나는 다른사람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평가가 참 힘들었다. 지금은 내가 너무 예쁘다. 내 손에 좋은 핸드크림도 발라주고, 입기 싫은 옷은 아깝다고 억지로 입는 일도 하지 않는다. 유통기한이 가까웠으니 먹어치우는 일도 싫다. 내 생각과 감정을 존중해주고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도 얼마나 예쁘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상담 종결 시에 속에서 올라오는 말이 있으면 건네주곤 한다.
"네가 얼마나 예쁜지 알아? 네가 예쁘다는 걸 누구보다 네가 알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