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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에 글쓰다 Feb 19. 2024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다.


외로웠다. 외로워서 뭐라도 해야 했다. 과제가 주어지면 몰입하며 시간을 보냈다. 반면에 과제가 없으면 공허하고 무기력했다. 무리에 끼고 싶었고, 그에 맞추려 애썼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나는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외로움을 내가 다스려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살아간다는 것은 뭔가를 열심히 더 해서 살아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산다는 게 이런 거였나. 요즘 자주 떠오르는 생각이다. 산에 오르다 주저앉아 산밑을 내려다보는 느낌이랄까.


"산다는 게 다 그래" 이 말에 너무 껴맞추고 살 수는 없지만 어느 땐 이 말처럼 위로되는 말도 없는 것 같다.

한 때 삶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시위라도 하듯이 눈에 띄지 않는 소심한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어렸을 때 나는 외롭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는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있는 듯한 사실들을 알고 있으며 말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외로움이란 사람들이 없을 때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견해를 지니고 있을 경우 더욱 그렇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알게 되는 것이 있으면 외로워진다.

이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많다. … 비로소 우리들의 삶은 전체가 된다."


p615. 융의생애와 사상.


이 글이 뭔가 해소가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어렵다. 산다는 것이 해답이 있으면 좋겠다.


오늘, 한 살 많은 선배가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볼 때마다 예의를 갖춰 "후배님"이라고 불러 주곤 했다. 근 20년을 보지 못했다. 세 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었다. 마흔 중반도 넘기지 못한 어느 가장의 이야기가 하루 종일 가슴을 내려앉게 한다.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지만/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건/설레는 일이야 두렵기는 해도/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누구도 알 수 없는 것


여행스케치의 노래가 생각난다.


답을 모르며 가는 길

설명할 수 없는 그것.

산다는 게 그런 거란 걸

그래,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외로움을 친구로 두고,

그냥 살아가자.

그냥 해보자.

그냥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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