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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에 글쓰다 Feb 13. 2024

곧 아침도 와요

투사 거두기

["오리 한 마리가 있어 원래는 오리였는데 엄마가 백조처럼 우아하게 만들어서 백조처럼 큰 거야. 백조처럼 행복해지라고. 근사한 백조 남편이랑 결혼도 시켰고 그래서 다른 오리들이 전부 부러워해.

근데 자꾸 아파 행복하지 않은 거 같아 왜 그럴까?"


"지가 백조되고 싶었대?

오리로 사는 게 더 좋은 거 아니야?

행복이 별거냐.

지 하고 싶은 거 하는 거 그게 행복이야"


"누구나 아플 수 있어요. 원래 아침이 오기 전에 새벽이 제일 어두운 법이잖아요. 이건 분명해요. 처음부터 환자인 사람은 없고 마지막까지 환자인 사람도 없어요. 어떻게 내내 밤만 있겠습니까. 곧 아침도 와요."


"저한테도 아침이 올까요.?"


"아침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면요."


"내가 누구야?

나를 잃어버렸어. 나를 가져본 적이 없어. 이만큼 산 게 엄마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참았어. 엄마 말 들으면 행복할 줄 알았어.

근데 엄마 나 왜 이렇게 아파? 왜 이렇게 불행해?

나 43살이야 혼자 커피도 못 시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나 다 벗고 춤출 때가 태어나서 제일 행복했어"


드라마 _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중에서]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 감정이 이입되어 푹 빠져서 봤다. 사연 하나하나 가슴이 아프다. 한때 나는 이렇게 가슴이 아파서 상담할 수 있겠나 생각한 적이 있다.


사는 동안 아침은 올까? 하는 순간이 있다. 의미를 찾지 못할 때 그렇다. 이거 해서 뭐 하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 그만해야 하나. 그건 아니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증상이 호전되면 찾아오는 것이 있다. 이제 자신의 감정을 견디는 것이다. 우울의 깊고 어두움을 견딜 수 없어 다른데 돌렸던 것이 감당해질 만하면서 자신의 우울의 깊이를 대면하게 된다. 이것을 투사를 거둔다고 표현한다.


다 괜찮아진 줄 알았더니 또다시 이겨내야 하다니.


'내가 이렇게 우울한 줄 몰랐어요. 이런 게 우울해서 그랬던 거네요. 원래 내 것이데 상대방의 것이라고 하고 있었네요.'


우리의 생존방식이 좀 달라져야 한다. 남을 딛고 살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일 때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그 사람을 위해 더 낫다고 판단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드라마에서 한 남성은 증상이 호전되자 현실을 마주하기가 버겁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증상 뒤에 숨고 싶었다. 자신을 왜 고쳤냐며 의사를 원망하기도 한다.


현대인들은 정신과적인 문제를 모두 가지고 있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고 한다. 그러니 모두가 아프다.


자신을 찾는 길이 힘들지만 우리가 겪어보지 못해서 그렇다. 진짜 '나'가 마중 나와 기다리고 있다. 드라마에서 그런다. '정신병동에는 착한 사람들만 있어요'


"우리 이제 남한테 그만 착하고, 자신에게 착해져 볼까요?"

조금만 더 힘을 내줘요.

곧 아침도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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