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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

by 김영빈

내가
눈 크게 뜨고
지켜본다

#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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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밥에 콩이 섞여나오는 게 왜 그렇게 싫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강낭콩의 퍼석한 식감이 제일 싫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검은콩(서리태)은 입맛에 맞는 것이었습니다. 그 뒤로 콩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던 것 같습니다.
어지간한 건 다 잘 먹는 우리 아이들(25, 24살)도 희한하게 콩을 잘 안 먹습니다. 조금 더 커야 저처럼 입맛이 변하려나 싶은 마음이 듭니다..

지인과 식사를 하던 중 밥에 섞여나온 서리태의 모습이, 순간 복면을 쓴 닌자처럼 보였습니다.
펜으로 얼굴을 그려 놓으니, 마치 자기를 골라내는지 아닌지 지켜보는 것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나, 그런 사람 아니거든!!!)
그러고 보면 '편식'이란 말은 비단 먹는 데에만 쓰이는 게 아닌, 디카시에도 비춰봐야 할 말 같습니다.
이를테면 사진과 문장 사이에서의 불균형, 다양하지 못한 주제(시선의 편향)도 일종의 편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와 모험 없이 현재 상태에서 편안하게 안주하고픈 마음으로는 절대 발전할 수 없습니다.
디카시로서 모든 세대와 소통하고자 한다면 문장이 조금은 더 신선하고 젊어야 합니다. 50대인 저도 문장이 젊다 할 수 없어 더 젊은 세대들의 표현을 종종 찾아보곤 합니다. 디카시 사진에 담기는 피사체도 풍경 일변도(특히 꽃사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꽃을 찍더라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 표정이나 제스처가 선연하게 보인다면 괜찮습니다.
이건 '무조건 그러하라'는 강요(pressure)가 아니라 '이렇게 하는 방법도 있다'는 안내(guide)입니다.
편식하는 사람은 정작 본인이 편식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를 때가 있습니다.
뭐든 골고루 섭취해야 건강해지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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