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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lblue Oct 28. 2022

우리가 젊음을 사랑하는 이유

youth

소란스러운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애정은 있으면서도.



기분 좋은 시끌벅적함이 취기가 한껏 가속화되기 시작하는 점화점이 되는 순간 소지품을 챙긴다. 언제나 이후에 일이 있기도 하고 더 버티기 힘든 소음들 때문이기도 하고. 일이야 뭐 항상 있지.


‘어디 가요오’

‘벌써 가시게요?’


막내로 들어와서 몇년간 함께했던 작가가 서울로 떠난다는 날. 이놈의 서울은 블랙홀도 아니고 막내 PD며 자주 가던 중식당 셰프님이며 이제는 막내 작가까지 다 빨아들이는 구만.


어딘지 못마땅한 마음으로 가방을 어깨에 두르며 아무리 계산해봐도 팀장의 부비로는 이미 감당이 안될 거 같은 술판을 벗어나려는데 취기가 돌기 시작하는 작가들이 말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취했네 취했어) 서운해한다.


어. 일이 있어서.

어물거리며 자리를 나서는데 송별회 당사자가 퍽이나 요란하게 다가오더니 흐에엥 하는 얼굴을 하고 잠시 쭈뼛거리다가 이윽고 갑자기 느닷없이

나를 꼭 끌어안는다.

어,

잠시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사고 정지가 있었지만

나도 같이 꼬옥 끌어안아줬다.


분명 처음에는 내 또래 작가들과 일을 시작했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이제는 나와 한참 나이차가 나는 아이들과 함께 일하고 있었다.


시간이 정말 빠르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드나드는 사람들을 만났다 헤어지고 만났다 헤어지고. 어떤 헤어짐은 제법 쿨하고 근사하기도 했지만 어떨 때는 꽤 추적거리고 음습하기도 했고 서로의 앞날을 축하해주기도 아마도 때로는 원망과 분노로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기도 했었던 그런 것들로 가득 채워 보낸 일상은 매일매일 반복되며 무뎌지기 마련이고.


적당한 거리감을 두는 게 편한 나이.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게 되고 알지 못했던 것들을 이해하게 되고. 총량이라도 정해진 것처럼 한번 소진해버린 에너지를 다시 회복하지 못하고 일정한 선을 쳐두고 쉴 틈을 만들어내는 노련함이 성장인 거 같이 느껴지는 시간들.


차가워 보여서 긴장했다던 아이는

결국은 허술한 내 틈새를 발견하고

무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슬쩍슬쩍 내 안을 엿보기도 했던 것 같다.


작은 메모를

생각하지 못했던 헤어짐들 사이에 건네받으며

관계란 뭘까, 어떤 계기가 있었다면 우리가 좀 더 깊이 가질 수 있었던 우정이랄지 뭐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봤었는데 어떤 경우의 수를 떠올려봐도


경계선을 전력으로 박살 내며 진격해오는 이 용감한 20대들 앞에서는 결국은 의도치 않게 마음 한켠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건조하게 일만 하는 사이,

그리 적립된 게 별로 없을 텐데도

자신을 향하는 작은 호의를 소중히 여기고

아마도 맹목적인 호기심에서 비롯되었을 사람에 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는 나이의 어린 사람.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다 못해

밖으로 흘러넘쳐 

상대방을 끌어안고야 마는 그 벅찬 에너지가


결국은 이 대책 없는 러브파워의 날뜀과 이제는 익숙하게 알고 있는 그 혼란스러움의 시기를 속절없이 응원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바꿔 말하자면

아마도 우리가 영원히 젊음을 사랑하고야 말게 하는 이유겠지.


언제나

응원할게.


어디에 있든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사람이 되든.


나의 캠페인 작가님.



자리를 떠나며

후에엥 울음이 터진 아이와

그 아이를 달래는 또래 작가들의 모습은

올해 내가 본 가장 용맹한 장면이 될 거 같아.


마음껏 화내고 울고 웃고 애정하고 원망하고

그 모든 모습이 마치 사자같이 느껴지더라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그걸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쓰는 거야.



추천곡은 유기현 yout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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