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을 만드는 일을 한다.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이렇게 한 사람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면서란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다.
눈부신 영상과 미려한 문장들.
단어 사이마다 숨겨져있는 애정을 발견할 때면 때때로 글에도 온기가 있구나 놀라기도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힘껏 끌어안아줄 수 있는
팔이 없는 활자의 무력함을 체감할 때면.
어떤 언어와 이미지로도 가 닿을 수 없는 그 물리성을 기억할 때면, 속절없이 울고 싶은 마음이 들고는 한다.
지치면 쉬고
자고 싶으면 자고
멈추고 싶으면 멈추는 게
재벌이나 로또 맞은 사람들에게만 허용되는 사치가 아니라 그저 삶을 살아가며 스스로를 돌보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순간부터 매체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전해오는 한류니 산업이니 하는 분석들에 거리감을 느끼곤 했다.
오랜 시간 kpop씬을 지켜보다보면 원하는 게 소박해진다. 그저 자신의 아티스트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가능한 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그저무사히. 가급적 자주 행복하면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