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끝내고
1. 수많은 방송사들이 5월을 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 말했듯 이제 광주의 5월은 금기가 아니라 오히려 명예로운 어떤 것이 되었다. 삼엄한 검열과 가혹한 탄압의 시절을 지나 누구나 자유롭게 취재하고 보도할 수 있는 오늘의 오월. 감사한 일이다.
2. 이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월을 이야기하기에 특집으로는 언제나 다른 것들을 시선에 담아왔다. 광주에서 방송을 하면서 5.18 특집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지 않는 건 희소한 일이다. 부끄러움과 자신없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이 시기에는 그날에 대한 작은 프로젝트들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거지. 여기 사는 한, 그래. 이 도시에서 태어난 한.
3. 매번 10분 내외의 아이템들을 직접 제작해 왔다. 지역의 시각에서 지역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올해는 해태 타이거즈와 오월극을 다뤘다. 그간 시간이 꽤 많이 흘러 이번에는 처음으로 내 손이 아닌 두 후배들의 품을 빌려 CP의 역할을 했다. 직접 제작한 아이템이 아닌 영상이 화면으로 방영되는 걸 지켜보자니 마음이 조금 이상하더라고.
4. 모든 언론이 지금과 달리 침묵할 때, 직접 매체가 되어 광주의 참상을 알렸던 용감한 광주 연극인들의 연대기를 정리하면서, 또 그 공백을 그 무법의 시간을 지역 시민들의 곁에서 위로로 채워온 해태 타이거즈의 OB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언론이 다하지 못했던 어떤 것들을 대신 지켜온 예술과 스포츠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봤다. 비록 엄혹한 현실을 가리기 위해 통제하고 탄생시켰지만 결코 그 뜻대로 굴러가지 않았던 반동의 에너지가 넘실거리는 이야기들을 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더군다나 5.18을 아직은 잘 모르는 두 젊은 PD의 시각으로.
짧은 취재기간에도 불구하고 내밀한 이야기들을 담아낸, 무엇보다 두 사람의 애정이 묻어나는 아이템이라 반갑고 고마웠다.
5. 사실 늙어버린 기분이다. 데스크라는 거. 기획이라는 거 가급적 더 늦게 하고 싶었는데(이미 많이 늦었음). 함께한 본방 모든 스태프들 모두 고생했어요. 이제 굿나잇.
P.s 사랑해요 해태. 무적의 레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