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 우진 릴레이

비숑 1

by 헤즈


사무치도록 괴로우나, 그 괴로움을 벗어날 수는 없다.

이미 삶의 이유를 상실해버리고 낙화해버린 사람들만이 간신히 숨을 내쉬는 곳.


더러운 가면을 뜯어내고서 얼굴은 피범벅이 된 채 다 튼 입술로 웃음을 내보인다.


“이겨 고난 힘들게 자란 잃을 게 없다던 놈들이 돈이 다란 말 따위 지껄일 때

첨엔 안 믿었었네 옷자락 다 떨어진 채 거닐던 거린 돈이 최고 때 아닌 비 이젠

맞이해 내 벌이가 헤이터 짓밟고 있네!”


이름은 비숑. 그는 ‘랩퍼 지망생’이다…

방구석에서 디시인사이드나 하며 어머니가 깎아준 배를 한 입 베어 물며 시작된 독백.

그는 ‘진짜’다.


매일매일 죽음이 찾아온다.

몇 번이든 죽어주고 곱씹어 태어난다.

몇 번이든 살아나 오늘 밤에는 혀를 적시리

내일 아침에는 다른 나를 맞이하고 바다를 적시리

겨울바다 두 발 모조리 담그고

몸이 새파래질 지언 정 시퍼런 혀를 뱉으리


그의 방 한편 걸려있는 액자의 시는 그의 어머니 ‘롤 로블랑 버지니아’의 시이다.

어머니는 시인인데, 사회와 동떨어진 싸늘한 비숑을 보며 쓸모없다고 생각이 드는

구석의 조그마한 생각 뭉치 속엔 날 닮아서 글 쓰는 재주는 타고났다며 으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비숑~ 이제 그만하고 저녁 먹지 않을래?” 노크와 같이 전달되는 어머니의 말.

“에이 이 미친(bitch) 집구석 어차피 나물반찬이나 올려놓을 거면서, 미디엄 레어나 가져오라고!”

서글프게 우는 버지니아. 그녀는 어머니 이전에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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