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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크모리 Apr 30. 2021

[절뚝거리는 걸음3]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것

다가오는 일주일을 맞이할 준비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식탁의자나 바닥에 나뒹구는 리모콘 등을 전부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먼지털이나 젖은 행주 등으로 티비 선반과 책장 사이사이 먼지를 닦고 턴다. 그러고나면 한 주간 입었던 옷과 속옷들을 정리해 세탁기를 돌려놓고 청소기로 집안 구석구석 먼지를 제거한다. 그러면 이제 물걸레질 시간이다. 스팀이 나오는 회전물걸레판이 있는 물걸레 청소기로 바닥 구석구석 뜨거운 물로 닦는다. 바닥이 닦이는 걸 보고 있노라면 한 주간 쌓였던 피로나 삶의 흔적이 지워지는 느낌이라 개운하다. 물걸레질까지 마치면 세탁기는 탈수 중이거나 세탁이 끝나서 널기만 하면 된다. 빨래를 다 널어놓은 후에 제습기를 틀어 의류건조 모드로 돌려놓고 세탁실 문을 다 닫아놓으면 된다. 그러면 아침에 확인할 때 뽀송뽀송, 바삭거릴 정도로 빨래가 바짝 말라있다.




대학시절, 그러니까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대학 4년동안 외박한 경험이 거의 없다. 그때 난 약 없인 단 1분도 잠들지 못하는 증상이 아주 심한 불면증 환자였고, 체력이 너무 약해 늘 내일 수업 갈 체력, 다음주에 수업 갈 체력을 비축해놓는 것이 하루하루의 임무이자 과제였다. 


십 년째 불면증으로 고생 중이라는 아이유의 '팔레트' 가사처럼 '잠들었던 시간들'이 가장 중요했고, 가장 좋아했다. 얼마 안 되는 그 시간은 너무 귀한 것이라. 아무튼, 난 잠이 중요했고 잠자리를 가리는 편이라 매일 익숙한 내 침대에서 자야했다. 안그래도 못자는데, 다른 환경에서 자면 정말 한 숨도 못잘 게 뻔했다. 

집안 청소와 샤워를 하는 것으로 하루의 마무리를 하고 내 공간에서 잠을 잘 자야 내일 하루를 온전히 잘 보낼 수 있었다. 다리 저는 사람에게 대학 캠퍼스는 너무 넓어서 걸어다니려면 체력을 아껴놔야했다.


특히 주말도 그랬다. 주말 이틀, 혹은 사흘 내내(대학은 금요일이 공강인 경우가 많았으니까) 긴 외출을 할 수 있는 건 금요일이나 토요일뿐이었다. 나머지 시간은 내 방, 내 집에서 혼자 있으면서 에너지를 충전했다. 다리가 아파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내향형 인간이라 '내가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에너지가 생겼다. 그래서 학기 중 명절이나 연휴에 무주 집에 가도 하루만 자고 강릉에 올라가곤 했다. 가서 내 시간을 가져야 다음주 수업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


대학 때는 20대 초반이었는데도 과제 때문에 잠을 많이 못자서 그런건지, 아니면 말랐어서 그랬는지 30대 초반인 지금보다도 체력이 약했다. 손발은 늘 찼고, 걸을 때마다 골반과 다리, 허리가 너무 아팠고(지금도 아프긴 한데 이제 차가 있어서 덜 걷기도 하고, 이때보단 훨씬 덜 아프다), 우울증이 심했어서 무기력하기도 했다.





요즘은 아무리 못자도 하루 7시간은 꼬박꼬박 챙겨자고, 특히 약 없이 잠들 수 있어서 더 체력이 좋아졌다. 무슨 수를 써도 안 되던 수족냉증은 살이 찌면서 자연스레 없어졌고, 잠을 잘자서 그런가 입맛도 좋아졌다.

몸상태는 좋아졌지만 나는 아직도 매주 일요일이 되면 집청소를 하고 빨래를 돌려 널어놓는다. 어떤 이는 빨래는 입을 옷이 없으면, 혹은 쓸 수건이 없으면 하는 거 아니냐 한다는데(남편), 나에겐 늘 반복되는 주말루틴이자 가장 중요한 일종의 의식이다. 돌아오는 한 주를 깨끗한 마음, 상태에서 힘들지 않게 잘 보내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제(齊). 그래서 오늘도 난 열심히 청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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