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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im Feb 08. 2019

6세 한글

영어 발음 지적이 시작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녀와 우유와 간식을 먹으며 나에게 묻는다.

"우유가 영어로 뭐지?"

"밀크"

"아니지"

"응???"

"미역"

"아...."

아이를 갖기 전 대부분의 엄마에게서 들었던 영어 발음 지적이 나에게도 현실로 다가왔다. 호기심 가득한 아이는 자기가 알고 있는 영어 단어가 바닥이 나자 나에게 영어 단어 테스트를 토스했다. 진짜 맞는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에서 대부분의 단어들을 바로바로 이야기하는 내가 신기해 보였는지, "엄마 영어 되게 잘한다.~"를 끝으로 드디어 단어 테스트가 끝났다.


확실한 건, 아이는 나와는 다른 'R'발음을 지녔다.

이런 현상을 보니 나도 영어 유치원을 보내? 영어를 틀어놔? 튼튼 영어라도 해야 하나? 살짝 고민하다... 말았다.


영어를 비롯해서 한글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아이는 포스트잇에 자기 이름을 써달란다. 그리고 벽에 붙인 후 틈틈이 자기 이름을 스스로 그린다. 정말 엄청 웃긴 순서와 모양으로 그려서 쓸 때마다 이를 악물고 몸을 부들부들 떨며 웃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안감힘을 쓴다.

다시 바꿔주려는 노력보다는 바르게 쓰는 걸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다. 여러 번 하다 보면 쉽게 하는 걸 자주 봐서 고쳐주는 것보단 바르게 하는 방법을 더 많이 시도해 보려고 노력하기로 했다. 집에서 한글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안내하는 서적들과 아이의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엄마의 자제력 마인드 컨트롤하는 책도 구비하고 짧게 끊어 보고 있다.

아이가 영아일 때 읽었던 수많던 책들이 이제는 내가 거의 다 알고 있는 현상들이며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는 부분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지금 왕성한 호기심에 글자들을 알아가는 이 아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렇지!, 암요!, 잘한다!' 이게 전부이지 않을까 한다.


요즘 아이는 배에 힘이 없어 더 이상 웃을 수 없는 지경에 올 때까지 웃겨준다. 우리를 관객으로 생각하고 웃겨야 한다는 사명을 갖은 이처럼 우리가 웃는다면 계속 웃긴다. 이렇게 즐기다 툭툭 하나씩 글자 단어를 꺼내면 또 그게 이야기가 되어 그 또한 재밌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안 보이는 것이 읽히고 보이는 이런 현상들이 얼마나 놀라울까 싶다. 독일에서 독어를 배우고 나오면 매일 보던 간판의 글씨들이 무슨 말인지 하나씩 알게 되는 그런 놀라움일까? 아이는 나보다 훠얼씬 순수하니 아마 엄청 놀라울지도 모를 일이겠다.

한글, 영어

이게 뭐... 시킨다고 하나요... 자기가 알아서 하는 거죠.라고 무심히 이태란처럼 이야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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