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rim Oct 06. 2021

밤 러버의 보늬밤

밤의 개인적 취향.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므로 그 계절에 나는 식물을 먹게 되면(시절식) 그 계절 혹은 다음 계절에 약이 되고 몸을 보호한다고 한다. 밤도 그러한데, 그 이유는 비타민 C가 풍부한 밤은 가을에 넉넉히 먹어두면 감기를 예방하는데 좋다. 또한 성질이 평이하여 남녀노소에게 해가 되지 않아 먹기 좋은 식재료이다.

이 넉넉히가 매일 조금씩 먹을 때의 효과를 말하니 하루 이틀 왕창 먹으면...

살이 찐다.


보늬밤은 순수 우리말이며 보늬(속껍질)+밤을 이르는 합성어라 한다. 참, 어려우면서 귀여운 발음이다.

오래 저장을 하려면 동량의 설탕을 사용해야 부패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7~80%의 설탕으로도 부패는 생기지 않았던 것 같아 7~80%의 설탕을 사용하는 당장법을 이용하고 있다.

사람에게도 맛있는 밤은 밤벌레도 그러하니 서로 마주치는 순간 너도 나도 멈칫하는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 생긴다. 하지만 맛있는 보늬밤을 만나기 위해 우린 이 부담스러운 일을 매년 반복한다.


준비물


베이킹소다

화이트 와인

설탕


밤은 겉껍질만 깐다.

이유는 이처럼 밤의 속살이 나오면 껍질에서 나오는 떫은맛이 안으로 들어가거나 익으면서 나오는 밤 조각들로 절임액을 탁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부패가 생길 여지도 만드므로 최대한 속살이 나오지 않게 겉껍질만 까도록 한다.


하루 동안 베이킹소다에 담가 둔다.

이 색을 처음 접하면 이거 사람이 먹어도 되는 건가… 의문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총 4번의 반복작업이 있으므로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처음 끓일 때 물은 어제 담가 둔 물을 시작으로 15분 동안 3번의 물을 갈아가며 끓이고 버리는 것을 반복한다.

베이킹 소다를 이용하는 이유는 보늬의 떫은맛(익지 않은 단감의 맛, 또는 생도토리 맛)을 없애주기도 하지만 겉표면을 매끌매끌하고 야들야들하게 정돈해준다.


4번의 과정을 마치면 안도할 수 있는 색을 만날 수 있다. 심지어 맛도 좋다.

동량 혹은 7~80%의 설탕, 밤 무게의 5%의 화이트 와인(혹은 럼) 넣고 뚜껑을 연채로 15분 끓인다.

소독한 병에 담아 보관한다.  


바로 먹어도 맛이 좋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빛이 발하니 반은 먹고 반은 크리스마스에 디저트 와인과 먹을 것을 남겨 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


덧글}

- 삶은 밤 취향

별 것 아니지만 라면을 끓일 때 스프를 먼저 넣느냐, 면을 먼저 넣느냐의 완전 중요한 문제처럼,

삶은 밤을 반 갈라 수저로 퍼서 먹느냐, 온전히 밤 하나를 다치지 않게 까서 한입에 넣고 우물우물 먹느냐는 무척이나 취향적인 부분 같아요.


밤 하나를 먹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인내가 필요하지만 예쁘게 까서 입속에 넣어주신 엄마 덕분에 저도 그러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삶은 밤 취향도 무척 궁금한 밤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버섯 볶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