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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소울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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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im Mar 29. 2023

무너져도, 밥심(사업일지 10.)

할 수 있는 것에 힘을 쏟는 것


밥심을 경험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자존감이 거의 바닥을 뚫고 지하에 머물러 있었을 때 저에게 끊임없이 밥으로 힘을 주신 엄마가 있었습니다.


밥심은 오랫동안 매일매일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마음에서 마음으로 아주 깊게 자리 잡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그 힘은 홀로 작은 불씨를 만들어 조용히 피어내는 것 같습니다.


하루는 고객님께서 자녀의 마음이 닫혀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며 고객님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말씀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 경험이 생각나 이야기했습니다. 아무 쓸모없는 것 같은 저를 위해 매일 솥밥을 지어 주셨고,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셨다가 숭늉을 만들어 준 엄마의 정성을 말씀드렸습니다.


이제는 이 이야기를 들려 들인 고객님이 열 분이 넘게 되었습니다. 그중 자녀와 함께 저의 가게에 와 인사를 나누는 선물을 받기도 합니다. 제 직업에 대해 감사가 깊어져 가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올해는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위한 공간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맛있고 즐거운 식사를 하며 멋진 문화 공간이 되기를 기획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 준비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엄마의 뇌출혈로 인한 의식불명은 저에게 모든 의지와 열정을 내려놓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또렷이 기억이 났습니다.

엄마의 밥심.

나의 일을 사랑하며 나의 하루를 살아가는 것.


넘어지고 좌절하더라도 맛있고 정성이 담신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는 다음을 기약하는 매개라는 것이 기억이 났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밥심은 인간의 존엄성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할 수 없는 것은 내려놓고 할 수 있는 것에 힘을 쏟는 것.

할 수 없는 것을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게 일을 터 나아가는 것.

무기력하고 절망을 느끼게 한 시간들은 제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의 방향성을 가르쳐주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혹시 일을 해 나가며 감당이 어려운 일이 생기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드시며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려보세요. 당장이 아니더라도 바라는 바에 가까워지길 함께 응원해요! 모두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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