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2학기.
아이와 내가 한 시대 한 공간에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할 시간을 잡으려면 아이의 시간에 맞추어 다가가야 그나마 평행선인 우리의 시공간에 접점을 찾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고민 끝에 아이와 지내기 위해 비운 금요일 아침.
미리 잠이 깬 아이는 함께 아침을 준비하자고 했다.
달걀 깨기를 도전하고 있는 아이는 냉장고에서 달걀을 꺼내면 늘 깨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대접에 달걀하나를 깨곤 포크를 꺼내 달걀을 푼다.
- 우리 집 간단 프렌치토스트 레시피 -
식빵 2조각, 달걀 1개, 소금 사각사각 3번(한 꼬집), 설탕 1/2 티스푼, 우유 1/3컵, 버터 1 티스푼, 잼 혹은 과일청
냉동해 둔 식빵 2조각을 꺼내어 두 번 자르고 준비해 둔 달걀물에 충분히 적셔 준비한다.
버터를 넣은 달군 프라이팬에 준비된 빵을 치-익.
“엄마, 오늘은 내가 뒤집어 봐도 돼요?”
“응, 천천히 조심해야 해!”
“언제까지 구워야 해요?”
“가장 맛있어 보이는 색이 나올 때까지!”
방과 후 학습으로 요리를 선택한 아이가 만들어 온 블루베리청을 완성된 토스트 위에 그럴싸하게 뿌린다. 완성!
요거트에 넣을 천도복숭아 몇 조각을 토스트 위에 올려놓으며 조금 더 완성된 모습이 된다고 한다. (ㅎㅎㅎ)
“너무 맛있다. “
“엄마! 너무 맛있죠? 내가 또 해볼래요! 나중에 나 혼자 살 때 이거 잘 기억해 두고 만들어 먹을게요!!”
“엄마! 내가 아르바이트하면 엄마 용돈 줄게요. 한 달에 5만 원 어때요?”
“가만있어보자…. 5만 원으로 한 달에 뭘 하면 좋을까? 책도 사고 영화도 보고 꽃도 사고 차랑 케이크도 먹으러 가야겠다. “
“ 하지만 5만 원 모두 쓰진 마시고요. 2만 5천 원만 쓰시고 나머지 반이 이십만 원이 되면 이걸 저에게 다시 주세요. 그럼 제가 7만 원 아니다. 6만 원씩 다시 올려 드릴게요.”
흐흐흐. 평소에 쓸 돈의 10%는 저금할 돈으로 남겨 두라는 말이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 그래? 그럼… 2만 5천 원을 얼마 동안 쓸 수 있는 거지?”
“8개월이요”
“아하! 그럼… 덕분에 한 달에 한 번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겠구나!! 덕분에 너어무 풍요롭겠다~~~ “
“ 그럼 다행이에요!”
순간,
지금 나에게 2만 5천 원의 문화비도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너와 나를 위한다고 비워둔 우리의 시간에 오늘도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닿을 수 없는 두 평행선이라면 그 공간을 우리만의 감동으로 가득 채워보자. 금요일마다 조금은 여유롭게 만날 수 있는 아이는 모두가 이야기했듯 놀랍도록 빠르고 자라고 있다. 이 귀한 걸 놓칠 뻔했던 고민이 살짝 부끄러웠지만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