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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대리 Mar 04. 2024

오늘은 혼밥 하겠습니다

명란찜덮밥과 양배추말이

2년 전만 하더라도 급격하게 빠진 살 덕분에 1년 내내 48kg를 유지하는 내 몸을 보고 '아, 나이가 들면 몸무게도 빠지는구나, 어떻게 해도 이제 안 찌겠구나' 하는 편안한 마음과 왠지 모를 슬픔이 몰려왔던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기본적으로 50kg를 웃도는 내 몸무게를 보면서 '아, 그동안은 내 착각이었구나' 하는 식겁과 안도를 한다. 


며칠 전 출근길에서 짧은 숏츠로 보게 된 '명란알찜'을 흰 밤에 쓱쓱 비벼 먹는 것을 보고 명란을 좋아하는 나는 따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명란을 어쩌다가 좋아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좋아하고 나니 이제는 내 반찬 장바구니에 늘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백명란'이다. 늘 나의 냉장고 한편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나의 술안주이자 밥반찬이다. 


그런 명란으로 많은 음식을 해보아도 아직 섭렵하지 못한 음식들이 많은데, 그중에 하나가 발견하게 된 '명란알찜'이다. 도시락 반찬으로 명란알찜을 하기 위해서 명란과 고춧가루, 참기름, 파, 고추, 고춧가루를 듬뿍 넣고 약불에 조리니 금세 완성이 되었다. 흰 밥에 쓱 비비니 그야말로 밥 한 공기 뚝딱할 만큼의 비주얼과 맛, 냄새는 다음날 나의 점심시간을 기대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남은 양배추는 삶아서 돌돌 말아주었고, 양배추 삶은 물은 취침 전 나의 배변활동을 촉진하는 약으로 남겨두었다. 

유독 그런 날이 있다. 쳇바퀴 돌듯이 반복되는 일상이 갑자기 무료해지는 것이 아니라 '화'가 나는 날. 처음도 아니고 두 번째도 아니고 세 번째도 아닌 여러 번의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분노가 치미는 날이 있다. 그럴 때에는 달달구리한 음식도 도움이 되지 않고, 매콤 짭조름한 음식이 그야말로 최고다. 그런 음식을 점심시간에 나 혼자 먹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축복이다. 오늘도 역시 동료들을 내보내고 나는 내 자리에서 잔잔한 음악과 함께 따뜻한 방석 위에서 도시락을 꺼냈다. 

매콤함과 참기름의 고소함은 그야말로 오전 시간 내내 나의 스트레스를 자연스럽게 낮춰주었다. 심지어 알싸한 청양고추의 얼얼함은 내 스트레스와 화를 풀어주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왠지 점심을 먹는 내내 웃음이 떠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나는 세 번이나 더 명란알찜과 양배추말이를 점심 도시락으로 준비해 갔다. 그리고 그날의 오후는 조금 평온했고 조금 버틸 수 있었다. 

똑같은 날이 아닙니다... 

+ 생각보다 콩나물밥 양념에도 잘 어울리는 명란알찜은 꼭 심심한 양배추찜과 곁들여 먹어보기를.. 

- 명란젓갈 2알 기준으로 참기름 큰 숟갈 4~5스푼 + 고춧가루 2~3스푼 + 파 듬뿍 

-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면 청양고추 1개 반

- 전자레인지에 1분만 돌려도 명란이 익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요 ( + 물론, 익으면서 명란알이 전자레인지 사방에 튀길 수 있으니 꼭 뚜껑 있는 전자레인지용 찜기에 하시는 것을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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