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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대리 Mar 15. 2024

미안하다 알아보지 못했다

운이 아닌 가능성에 투자하는 세상

나는 생각보다 '운'이 좋은 편이다. 


옛날부터 이벤트나 행사에서 늘 부모님을 대신에서 소정의 상품을 받아오는 사람이 나였다. 

심지어 첫 회사에서도 대표와 함께 처음으로 동석한 연말 행사에서 90인치 TV를 사은품으로 받아 굉장히 멋쩍게 TV를 팔고 남은 돈으로 대표에게 저녁을 선물했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내가 받은 사은품으로 왜 대표에게 저녁을 사주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에 대표는 '내 덕분에 네가 탄 것이니 저녁이라도 사라' 며 28살짜리 여직원에게 소고기를 얻어드셨다.



본론으로 돌아와 그렇게 별도의 노력 없이 소소한 행사에서 나는 '운' 좋게 선물을 받는 사람이었다. 


그런 럭키드로우의 행운은 있었으나 사람, 기업, 투자에 대한 운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겪어볼 만큼 겪어보았는데도 나는 사람에게 정을 주는 편이었고 늘 진심으로 상대를 대했다. 하지만 나중에서야 상대의 흑심을 알고 배신감에 현타를 느끼면서도 똑같은 상황이 되면 나는 늘 '다시 한번' 사람을 믿었다. 투자도 공부를 하면 할수록 생각이 많아져 대충 투자하다가 손실을 보는 편이었다. 항상 럭키드로우를 제외하고는 '운 좋게' 성공하여 성과를 얻는 법은 없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종종 '투자'에 대한 권유를 받곤 한다. 심지어 이직, 프로젝트 수주 등 '과연 이 결과치가 어떻게 될 것 인가?'에 대한 막연한 답 없는 제안에 나는 늘 고민한다. 



과연 지금의 내 결정이 어떤 공을 쏘아 올릴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2년 전, 한 기업으로부터 포지션 제안을 받았다. 당시 그 기업은 액셀러레이터 초기 기업이었는데, 몇몇 프로젝트의 협업을 통해 해당 기업의 대표님과 함께 일을 하게 되면서 제안을 받았다. 문제는 그 대표님께서는 당시 나의 시야에서 그리 '좋은 대표'는 아니었다. 무엇이 그렇게도 예민했는지 모든 것에 사사건건 의견을 달고 화를 내면서 특유의 예민함으로 공기의 흐름을 바꾸었다. 심지어 해당 대표의 예민함 덕분에 초창기 멤버였던 과장과 부장이 모두 줄줄이 퇴사를 앞두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제안을 '거절' 했다. 물론, 상황적으로도 거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많았다. 그런데 불과 2년 만에 그 회사는 규모도 커졌지만 직원들을 대상으로 복지도 많이 좋아졌다. 자율 퇴근은 물론 사원 급에게도 복지 카드의 혜택이 적용되었고 대기업 못지않은 근무환경과 흑자를 내면서 이제는 액셀러레이터로서 당당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작년부터 투자를 받기 위한 기업 발표 (IR 피칭 혹은 데모데이라고 부른다)에 자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그렇다 보니 '우리 회사에 투자를 좀 해주세요!'라는 목적으로 발표를 하는 스타트업을 많이 만나는데 어깨너머로 보고 듣다 보니 어림잡아 어느 기업이 투자를 받고, 어느 기업은 투자를 못 받겠다는 것이 조금은 보이기 시작했다. *투자유치 발표장에서 심사위원과 투자자들에게 확실한 임팩트를 주는 것은 부족한 아이템이라도 '기세'와 '자신감' 그리고 '수용적인 태도'이다. 그 외에 아이템들의 개발사항과 진척은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어차피 투자 확정이 되면 그 안에서 투자자들과 협의를 통해 성장방향을 보완해 나갈 수 있다. 


처음으로 투자 제안을 받았던 곳은 바로 지인의 지인이 운영하기 시작한 스타트업이었다. 글로벌 기업을 10년 차 다니던 지인의 지인이었던 부장님은 10년 만의 자신의 취미로 스타트업을 차리기 시작했는데 제조업이다 보니 막대한 자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투자자도 투자금도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당시 나에게는 수중에 딱 1,000만 원이 전부였다. 그 1,000만 원이라도 투자를 해달라며 해당 대표와 이사진들이 나에게 수시로 기업의 가치와 성장점을 설명하곤 했다. 내가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은 내가 '모르는 분야'였고, 심지어 '모르는 사람'에 가까운데 성장과 미래에 투자를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고사한 투자였는데 3년이 지나서 해당 회사는 독보적인 스타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내가 겪은 두 가지 사례에서 만약 당신이라면 미래라는 가능성에 투자할 수 있겠는가? 

그 미래의 가능성을 점치는 기준은 무엇인가? 



생각보다 투자유치를 위한 자리에서 발표를 잘해서 투자 확약을 받는 기업보다 발표를 못하고 아이템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진실성과 대표의 자세 때문에 신뢰를 얻고 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이 없지 않다. (정말 '신뢰' 하나만 가지고 생각보다 쉽게 투자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또한 이직에 있어서도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연봉책이 나 대기업만큼의 복지가 아니더라도 대표를 따르고 장기적으로 근속하는 직원을 둔 회사도 많다. 


20대에 나는 도대체 어떤 결정이 올바른 결정이고 나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왔지만 고민 끝에 한 결정도 후회하는 만큼 미래를 내다보고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다. 그래서 조금은 어리석고 답이 없을 수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내 가슴을 뛰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으로 나는 늘 향한다. 물론, 그래서 더 피해를 보는 상황도 있고 그래서 예기치 않게 좋은 일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다 보면 나중에 '후회'는 없다. 어떤 것도 지금보다 더 나은 결정이라는 답을 내려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결정의 순간에서 나중에 후회가 없는 투자와 이직 그리고 선택에 집중한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그려봐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나와 '연'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내가 날린 기회들을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으면 더 좋은 기회들이 앞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그러니 과거에 나의 결정을 탓하지 말고, 앞으로 더 나은 결정을 하기 위한 생각만으로 나를 키워내자. 


더 나은 선택과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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