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한다는 MBTI검사, 몇번을 검사해도 바뀌지 않는 게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I라는 성향입니다. 사실 검사를 해보지 않더라도 이미 알고 있었어요. 학창시절의 저는 있는지 없는지 모를만큼 조용한 아이였습니다. 선생님께 튀는 행동도 너무 싫었고, 누군가 나를 주목하는 것도 싫었어요. 그냥 조용하고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마치는 게 목표라도 된 듯 지냈습니다. 그래서 제 학생기록부에는 늘 이런 이야기가 있었어요.
'성실하나 내성적임'
내성적이다는 말이 저에게는 부정의 의미로 다가왔어요. 사람들은 밝고 쾌활한 사람을 좋아하니까요. 잘 웃는 사람, 긍정적인 사람을 옆에 둬야 인생이 행복해진다고 하는데요. 저는 그와 반대되는 사람이었으니 제 자신에 대한 자존감도 낮았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이 가장 심각했었는데요, 어느 날은 선생님이 발표를 시키셨는데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어요. 저는 그게 너무 속상해서 수업 시간 내내 업드려 울었습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은 공포 그 자체였었나봐요.
그러다가 여중, 여고를 다니면서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 보니 저는 어느새 약간은 활발한 아이가 되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리더이기보다 군중이길 바랬었죠. 우연한 기회에 고 3때 반장이라는 것을 하게 됩니다. 어깨가 너무나 무거웠어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고요. 그게 아마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리더의 경험일 것입니다.
대학생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친구는 있었지만 여러 친구를 사귀기 보다 정해진 친구들과만 교류했어요. 매일 같은 학교, 같은 친구들. 대학시절에 저는 다른 곳에서 흥미를 찾았는데요 바로 해외여행이었습니다. 겁도 없이 혼자 많은 나라를 여행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나라는 인도였는데요. 21살 때 배낭 하나 메고 숙소도 예약하지 않은 채 3주간 인도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 후로 많은 나라를 혼자 다니면서 깨달았어요.
나는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누구보다 잘하는구나.
나는 생각보다 용기 있는 사람이구나.
나는 내향적인 성격이지만 나만이 잘하는 게 있구나.
자존감이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활발한 친구들이 갖고 있지 않은 나만의 장점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을 좋아했고
나는 혼자 책을 읽고 사색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자리 보다 소수의 사람들과 함께 있는 소규모 모임을 좋아하며
꾸준히 오래 지속하는 지구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세상의 모든 면은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저는 제 성격의 단점만 알았지, 이렇게 많은 장점이 있는 줄 몰랐었어요.
제 장점을 찾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여행이었습니다. 혼자 계획하고, 주도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며 나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기차가 5시간이 연착되어도, 소매치기를 당해도, 예약해둔 숙소가 취소되어도 다 그럴 수 있지. 라는 생각으로 예민함을 덜어내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에 집중하며 자신을 탓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인생을 살기로 했다>
여전히 저는 무리에 속해 있을 때보다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넘치고 충만함을 느껴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성향이 이렇다는 것을 빨리 파악해야만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나라는 사람은 내가 가장 잘 알고,
내 인생은 딱 한번만 살아볼 수 있는 것이니까요.
내향적인 제가 생존하는 방법 몇가지를 알려드릴게요.
1.내 생각을 나만의 방법으로 표현해요.
저는 제 의견을 잘 이야기하지 않아요. 음식 메뉴, 장소 등 상대의 의견을 구하고 상대가 하자는 대로 맞추는 편이에요. 딱히 큰 주관이 없고 제 기준에서는 사소한 문제이기 때문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럼에도 저는 생각이 많아요. 제가 느낀 생각들을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잘 하지 않으니 기록으로 많이 남겨요. 오늘 회사에서 느낀 일들, 누군가를 만나며 배운 것들, 인생에 대한 생각 등을 자주 글로 쓰려고 해요. 글쓰기를 하면서 치유도 받아요. 그 때 나를 힘들 게 했던 것은 내 그릇이 작아서였구나. 라는 생각도 해보고요. 이런 글쓰기의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더 단단해져 가는 느낌을 받아요.
2.내 장점을 명확히 해보세요.
어릴 때 말수가 없어서 많이 꾸중을 들었어요. 말이 없다는 것이 단점인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말수가 없다는 것은 생각이 많다는 뜻과도 같았어요. 저는 생각이 많았고, 깊었고, 다양했어요. 늘 하고 싶은 게 많았고 호기심도 많았어요. 저는 말수는 없지만 다른 장점이 참 많은 사람이었어요.
단점보다 장점에 집중해보세요.
사람들은 누구나 장점을 갖고 있어요. 세 사람이 지나가면 내 스승이 있다. 라는 말이 있어요. 모두가 내 스승이라는 말이에요. 이 마음은 자기 자신을 굉장히 사랑하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나는 내가 좋아, 나는 나를 사랑해,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
이런 말을 자주 되뇌이세요. 이런 말이 무의식 중에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3.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세요.
저는 늘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했어요. 대학생 때는 여행이었고, 결혼하고 나서는 육아가 너무 재미있었고요, 몇년 전부터는 글쓰기를 하면서 재미를 찾고 있어요. 글을 쓰는 일을 어렵게 생각할 때는 글자 하나 쓰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내 마음의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글을 써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검사받기 위한 게 아니라 나를 위한 글쓰기이기 때문에 글을 쓰는 시간이 행복해요.
각자 좋아하는 게 있을 거에요. 누군가는 맛집에 가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혼자 여행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요.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나를 위해 그것을 하세요. 내 자신을 가장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라는 사실을 기억하시고 나에게 관심을 가져보세요.
이렇게 몇년 간 지내니 나도 잘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꾸준함, 글쓰는 것, 책 읽는 것.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
좋아하는 일들을 꾸준히 하다보니 책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났고 실제로 책을 낸 작가가 되었어요. 사람들은 내 능력의 3%밖에 쓰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고 해요. 무언가 하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행동, 꾸준히 하는 의지만 있다면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꼭 무언가 이루지 않아도 괜찮아요. 삶은 거창한 게 아니라 순간순간 찾아오는 작은 행복에 있는 것이니까요.
중요한 건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도 그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