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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억도둑

4장. 뒤섞인 기억

기억도둑

by Lamie



도시의 불빛이 희미하게 번졌다.

기차가 철로를 지나가는 소리, 끼익— 하고 브레이크가 미끄러지는 소리가 공기를 가로질렀다.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스쳤다.


차가운 철제 손잡이, 좁은 좌석, 창문을 타고 흐르던 빗물.

어딘가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누군가를 마주했던 기억.


그녀는 숨을 들이켰다.

그러나 그 장면은 곧 흐릿해졌다.

마치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하면서도, 잡으려 하면 사라지는 환영처럼.


그녀는 다시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입을 다문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 속에도, 같은 질문이 담겨 있었다.


— 우리는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는가?

— 이 기억은 진짜인가, 아니면 만들어진 것인가?


기차 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그와 동시에, 불빛 아래 서 있던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도 느꼈군요.”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자는 가로등 아래서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림자가 흔들렸다.


“이곳이 익숙했던 건 나도 마찬가지예요.”

그는 천천히 말했다.

“레스토랑. 기차. 꿈속의 장면들.”


그녀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도 같은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남자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요.”


그녀는 시선을 들었다.

남자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 있었다.


“당신이 본 그 꿈 속 장면.”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봤어요.”


그녀의 심장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뭐라고요?”


남자는 고개를 들었다.

“나도 그 꿈을 꿨어요.”


그녀는 한순간 말문이 막혔다.

몸을 지나가는 서늘한 감각.


남자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눈빛만큼은 단호했다.

마치 자신이 본 것이 확실하다는 듯한 표정.


그녀는 핸드폰을 다시 내려다보았다.


“그 기억, 당신 것이 맞나요?”


익명의 댓글.

그는 정말 이 글을 남긴 사람이었을까?


그녀는 다시 남자를 보았다.

“…그 꿈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흔들렸다.

“당신은 어디에 있었죠?”


남자는 짧은 정적 끝에 입을 열었다.

“…기차 안이었어요.”


그녀는 숨을 들이켰다.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고.”

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나는 누군가를 보고 있었어요.”


그녀는 그의 말을 기다렸다.


남자는 마침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었어요.”


그 순간, 도시의 불빛이 일렁였다.

모든 것이 흔들렸다.


기억이, 다시 한번.


( 다음 장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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