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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억도둑

6장. 빼앗긴 기억

기억도둑

by Lamie



기차가 도착했다.

바람이 휘몰아치고, 플랫폼에 선 사람들의 옷자락이 흔들렸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기차의 문이 열렸지만,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을 맴도는 단 한 문장.


“이건 네 기억이 아니야.”


그녀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 묘하게 굳은 표정으로 기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물었다.

“…그 목소리를 들었을 때, 당신은 꿈속에서 뭐라고 대답했어요?”


남자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시선이 흔들렸다.


“나는…”


그가 입을 여는 순간, 기차 내부에서 사람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들 틈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숨을 들이켰다.


낯선 사람.

하지만 익숙한 silhuette.


기억 저편에서 어렴풋이 떠오르던 흐릿한 형체.


그 사람은 천천히 걸어왔다.

플랫폼을 지나, 가로등 불빛 아래로.


그제야 얼굴이 보였다.


젊은 남자였다.

차분한 눈빛, 단정한 옷차림.

어디서든 쉽게 눈에 띄지 않을 평범한 얼굴.


그런데.


그녀는 온몸이 차가워지는 걸 느꼈다.


그 얼굴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였을까?


그녀는 숨을 삼켰다.

옆에서 남자 또한 눈빛이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기차에서 내린 남자는 멈춰 섰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네요.”


그녀는 입술이 바짝 타는 기분이 들었다.


이 목소리.


기억 저편에서 들려왔던 그 목소리와.


똑같았다.


“이건 네 기억이 아니야.”


그녀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손끝이 떨렸다.


그러나 그 남자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시선이 그녀를 꿰뚫어보듯 깊어졌다.


“당신들은,”

그는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잃어버린 기억을 쫓고 있군요.”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 옆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당신도 마찬가지겠죠.”


그 순간, 도시의 불빛이 흔들렸다.


머릿속에서 뭔가가 끊어질 듯했다.

기억이 떠오를 듯하면서도,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 남자는 조용히 말했다.


“그 기억이 진짜라고 확신하나요?”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건…”


남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애초에 당신들의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죠.”


그 순간, 기차가 출발했다.


차창 너머로 비친 불빛이 찢어지듯 흔들렸다.


그녀는,


마치 무언가를 도둑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 다음 장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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