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도둑
기차가 출발했다.
창문에 반사된 불빛이 빠르게 흘러가고, 철로 위를 미끄러지는 듯한 진동이 공기를 타고 전해졌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손끝이 차가웠다.
“애초에 당신들의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죠.”
그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녀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 또한 굳은 표정으로 기차가 떠난 자리, 그리고 자신들을 바라보던 그 낯선 남자가 서 있던 공간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질감.
마치 현실이 살짝 어긋난 느낌.
기억을 쫓는 건 그들이었다.
잃어버린 조각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맞춰가려는 건 자신들이었다.
그런데.
방금 그 남자는 마치—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 질문했다.
“그 기억이 진짜라고 확신하나요?”
그녀는 가늘게 숨을 내쉬었다.
그 기억이 진짜인가?
너무 선명한데, 너무 익숙한데.
그런데도, 어딘가 불안정한 느낌이 들었다.
그 남자가 남기고 간 말은 단순한 혼란이 아니었다.
그것은 확신에 가까운 문장이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플랫폼을 응시하고 있었다.
“…당신은,”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말이 무슨 뜻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림자가 가로등 불빛을 따라 미묘하게 기울어졌다.
잠시의 침묵.
그리고, 그가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죠.”
그녀는 숨을 들이켰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믿고 싶지 않았다.
그는 낮게 말했다.
“우리의 기억이… 애초에 우리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
그녀는 조용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흔들림이 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 남자는 방금 “오랜만이네요.” 라고 말했다.
마치, 자신들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묻지 않았다.
그들이 누구인지. 왜 여기에 있는지.
마치,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녀는 낮게 중얼거렸다.
“…그 남자는 대체 누구일까요.”
남자는 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그 낯선 익명의 댓글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 기억, 당신 것이 맞나요?”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이 질문을 남긴 사람과, 방금 그 남자가 같은 사람인지.
그리고, 정말로…
이 기억이 자신의 것이 맞는지.
그녀는 화면을 꺼냈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왔다.
멀리서, 희미하게 기차의 경적이 울렸다.
도시는 조용했다.
그러나,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그들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 다음 장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