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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하기가 무섭다.

by Lamie

나는 이제 말이 무섭다.

말은 쉽게 상처를 낸다.

쉽게 무시당하고, 쉽게 되받아쳐진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말을 줄였다.

입술을 꼭 다물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지금 말하면, 후회할 거야.’

‘말해도, 달라지지 않아.’

‘말을 하는 순간, 쏟아져 나올 거야. 말을 붙이지도 말자.’


그는 대화를 ‘통보’라고 생각한다.

“청소는 왜 안 했어?”

“빨래는 왜 널부러져있어?”

“아들은 지금 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어?”

“내가 이런 거까지 챙겨야해? 뭐라도 좀 해!“

“카톡으로 챙기라 했는데 왜 쳐다도 안봐?”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은 항상 내게 상처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무시당하고, 비꼬이고, ‘그것밖에 안 돼?’라는 눈빛으로 던져진다.

그러니까 말은 다치고, 나는 다친 말을 꺼내지 않게 되었다.


어느 날, 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도 내가 하고싶은 일하고 싶어. 나를 부르는 곳으로 가고 싶어. 차가 필요해.”

그는 눈을 내리 꽂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거 하라니까. 근데 정기적인 소득도 없는데 차가 있어야 해?”


그 순간,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가 준 ‘허락’은 언제나 조건부였다.

하고 싶은 것을 하되,

집안일도 하고,

아이도 챙기고,

그의 기분도 맞춰야 한다.


나는 말하고 싶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작가일 수 있어.

누군가는 내 그림을 기다려줄지도 몰라.

나, 아무것도 아닌 사람 아니야.”


하지만 그 말은 입속에서 맴돌다 사라진다.

나는 오늘도 입을 다물었다.

말이 다치고 있다.

내 안에서 작은 새처럼 파닥이던 말들이

이제는 케이지 속에서 날갯짓도 하지 않는다.


대신, 밤이 오면

조용히 폰을 켜고 꾹꾹 눌러 글을 쓴다.

누구도 읽지 않을 이야기.

내가 나에게 보내는 편지.

혹시라도 누가 읽게 된다면,

내 말이 다쳤었다는 걸 알아봐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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