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는 선언이다
양말 정리함을 방 밖으로 꺼냈다.
작고 별것 아닌 물건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무언가를 ‘보내기로’ 결정한 순간이었다.
이 방은 내 방이야.
말하고 나니 조금 울컥했다.
그동안 늘 빌려 쓰는 듯 살았던 이 공간에서
처음으로 내가 소유권을 주장했다.
물론,
안방을 내 방으로 하고 싶다.
넓고 햇빛이 잘 드는,
내가 가족을 위해 수없이 닦아낸 그 방.
하지만 그 방엔 이미
내 물건들이 흘러들어
곳곳에서 무심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
그 방도 나의 흔적이다.
그러니 그곳도 압축해야 한다.
물건만이 아니라, 마음도.
오늘은 이 방부터다.
진짜 내 방.
나만의 공간.
우선 치워야 한다.
버려야 한다.
잡동사니들, 안 입는 옷들,
한때 필요했지만 지금은 나를 더 무겁게 만드는 것들.
정리는 단순한 정리가 아니다.
정리는 선언이다.
이제 나는 나에게 말하는 것이다.
“나는 이 공간에서 편안하고 싶다.”
“나는 이 공간에서 나로 존재하고 싶다.”
지금, 옷장 앞에 서서
버릴 옷과 남길 옷을 구분하며
나는 나의 과거를 조금씩 정리하고 있다.
이건 단지 방을 치우는 일이 아니다.
나를 ‘그저 사용되던 사람’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사람으로 되돌리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