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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진짜 하고 싶은 게 뭐야?

by Lamie


딸과 함께 조용히 차를 마신 그날 저녁,

그녀는 방을 나가기 전 문턱에 서서

갑자기 물었다.


“엄마는… 진짜 하고 싶은 게 뭐야?”


나는 잠깐 멍해졌다.

질문은 짧았지만

내 안에 무언가가 쿵 하고 내려앉았다.


하고 싶은 거?

진짜 하고 싶은 거?

언제부터였을까,

누군가 내게 그걸 마지막으로 물어본 게.


아이들이 어릴 땐

‘엄마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고 말하곤 했다.

책을 보고, 글을 쓰고,

밤늦게까지 드로잉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건

‘현실 앞에 미뤄두고 잠시 내려놓은 것’이 되었고,

이젠 스스로도 나의 소망을 ‘사치’로 여기게 되었다.


나는 딸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글을 쓰고 싶어.

그리고 그림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딸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그랬으면 좋겠어.

그게 엄마한테 잘 어울리니까.”


“엄마가 그냥 주부로 살기엔 아까워”


순간 울컥했지만

참았다.

그녀 앞에서 너무 쉽게 감정을 내보이고 싶지 않았다.

대신,

나는 처음으로 다짐처럼 말했다.


“다시 해볼게.

이번엔 조금씩,

나를 위해.”


그날 밤,

나는 스케치북을 꺼내

빈 페이지를 펼쳤다.

펜을 쥐고 한 줄을 썼다.


“지금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조금씩 허락하기로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도 죄책감을 갖지 말자.

You deserv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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