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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겠다 시8

by Lamie

살아야겠다

눈물이 난다

재미가 없다

감각이 없다

행복한 것만 생각하며

살아도 아까운 삶이

그 감각으로

온통 오염된다

오염을 보고싶지 않다

시8



살아야겠다.

그 말이 입에서 나오고

눈물이 났다.


감정이 북받쳐서가 아니라

감각이 너무 없어서.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아

울어야 살아있는 것 같았다.


재미가 없다.

기쁨도 없다.

무언가를 먹어도, 보아도,

내 안에서 튕겨져 나간다.

삶이 흘러가고 있는데,

나는 접속되지 않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행복한 것만 보며 살아야겠다고

수없이 말해봤다.


그런데 이 삶은,

행복만 생각해도 아까운 삶인데,

그 감각으로

온통 오염된다.


오염을 보고 싶지 않다.

그래서

모든 걸 닫고 싶은 마음이 든다.


시팔.


이 말조차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지금 선택한 언어다.


살아야겠다는 말 뒤에

오염이 따라붙고,

오염을 견디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이 삶의 진실이라면


그럼에도 나는

언젠가 이 감각의 물기를

조금씩 씻어낼 수 있기를

작게, 조용히 바란다.


무작정 걸었다. 앉았다. 썼다.

그리고 걸으며 눈물이 흘렀다.

영혼을 씻을 수 있는 건 눈물이라던데

조용히 흐르는 눈물에 흘려보낸다.

그렇게 살아간다.

마트에 가서 장 보며

무얼 먹어야 아프지 않을까

하는 눈으로 바라본다.

이 많은 걸 다 먹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걸 어떻게들 먹고 살까?

맛있게 잘 조리해서 먹는 것 역시 삶의 과제다.


물회가 눈에 들어와서 덥석 들었다.


이제 물회와 막걸리를 먹으며

삶에 대해 생각해보련다. ㅎㅎㅎ

는 무슨~

그저 맛있게 먹으며 드라마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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