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게
무난하게
눈에 띄지않게
조용하게
사는 것이 내 모토였다.
드러나지 않으면 조용히 평화롭게
목초 뜯는 채식동물처럼 살 것이라고 여겼다.
간과한 것은 채식동물의 치열한 삶이었다.
어디선가 본 애니메이션 장면의 시골 들판을 보여주며
이 평화로운 농촌을 보면 평화를 떠올리겠지만
보이지 않는, 아니, 보지 못하는 농촌의 시끄러움과 불협화음이 있다는 것.
풀이 푸르르려면, 벌레 먹지 않고 온전하게 유지하려면 들어가는 농약은 평화로운가?
먹으려는 자와 먹히지 않으려는 자의 조용한 싸움이 있다.
내가 조용히 살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말을 많이 하지 않을 뿐, 내 속에서는 수많은 말들이 생산되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 말들, 생각들을 그냥 흘려보내기엔 너무 사소하게도 글 쓰는 걸 좋아했던 것이다.
어릴 때 쓴 글을 보아도,
나는 평화주의자가 되고 싶다. 그러나 뱃속은 늘 싸움의 연속이다. 소화불량.
안으로 싸우고 있는 나는 겉에서 보면 조용하지만 안쪽에서는 늘 나와 싸운 것이다.
이런…
내향적인 사람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우주에 하고 있는 것이었다.
외향적인 사람도 그렇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