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알찬 하루 보내기
오늘은 2024년 2월 19일이었다. 이 날도 연간이용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어트렉션만 타는 게 아니라 쉬는 걸 택했다. 아무래도 매번 입장권을 구매하면 어트렉션 갯수에 집착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연간이용권이라면 이런 함정에서 한결 자유롭다. 오히려 어트랙션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어서 롯데월드에서 알려지지 않은 비밀 장소를 찾는데도 유용하다. 첫 번째로 탄 것은 스페인해적선이었다. 스페인해적선은 실내에 있는 바이킹 중에서는 테밍이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주변에 호수가 깔려 있고 해적을 그린 그림도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스페인해적선은 테밍이 있어야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걸 알려주는 어트렉션이었다. 나는 바로 맨 뒷자리를 사수했고 이후 캐스트의 안전바 검사 후 작동하기 시작하자 손을 들고 환호성을 지르며 2분 남짓의 운행시간 내내 스릴을 느끼며 탑승하게 되었다.
두 번째 어트렉션은 범버카였다. 에버랜드의 범버카와 비교하게 되면 롯데월드의 범버카는 실내에 위치하다보니 차이점이 보인다. 특히나 롯데월드의 범버카는 롯데월드의 마스코트인 로티와 로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반면 에버랜드의 범버카는 마스코트 대신 입구에 범버카에 쓰이는 차량을 전시해서 포토존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있다. 이런 차이점을 생각하면 롯데월드의 범버카는 실내에 있다는 약점을 마스코트를 통한 테밍으로 극복하려고 했고 에버랜드의 범버카는 실외에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범바카에 쓰이는 차량을 포토존으로 만들어서 규모감을 살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롯데월드의 범버카와 에버랜드의 범버카에는 단 한 가지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범버카 특유의 재미 자체는 둘 다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실에서는 교통사고인 차량끼리의 충돌은 범버카에서는 재미 요소 중 하나다. 물론 부딪힐 때마다 튕길 듯한 스릴이 느껴지기 때문에 그때마다 상대방과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갈길 가는 것도 범버카에서만 느낄 수 있다. 만약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서로 얼굴 붉히게 될 게 자명하니 정말 범버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재미는 둘 다 갖고 있었다. 특히나 롯데월드의 범버카는 에버랜드의 범버카에 비해서 규모가 훨씬 작기 때문에 서로 부딪힐 확률도 높아지고 부딪힐 것 같을 때 예상대로 부딪히지만 그게 뻔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고 재미 있는 부분이 여러 번 발생한다는 게 롯데월드의 범버카의 또 다른 장점이었다. 그런 식으로 열 번 정도 다른 비클과 충돌할 때 스릴에 절로 웃음을 지으며 점차 동심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느꼈다.
세 번째는 자이로스핀이었다. 일명 자이로 삼형제의 막내에 해당되었다. 안전바가 등쪽으로 오는 특이한 어트렉션 중 하나인데 바람이 아주 거세서 모자를 쓰고 있다면 모자를 한 손으로 잡거나 아예 모자와 옷에 각각 고리를 걸어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도 그런 사례가 있다고 한다. 그만큼 바람이 강하게 불 정도로 겉으로 보기에는 만만하게 보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특히나 물건을 잃어버리면 하루 동안의 겅험이 한 순간의 악몽이 될 수도 있다. 자이로스핀은 롯데월드타워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가 있는 어트렉션 중 하나다. 안전바 검사 후 출발하기 시작하자 나는 한 손은 손잡이에, 다른 한 손은 모자를 꽉 누른 채 자이로스핀을 즐겼다. 특히나 처음에는 마치 시소처럼 잔잔하게 시작하지만 곧이어 엄청난 가속이 붙는 구간에서는 절로 비명이 나왔다. 비록 스릴 정도는 자이로드롭이나 자이로스윙에 비해서 떨어지기는 하지만 자이로스핀도 자신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 존재하는 어트렉션이었다. 약 3분간의 탑승이 끝나면 무조건 바람에 날아간 소지품이 없는지를 직접 확인해야 나중에 후회할 일이 없다.
네 번째 어트렉션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성을 자랑하는 아트란티스이다. 나는 항상 아트란티스는 사람이 붐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낮에는 절대 안 탄다. 낮에는 대기 중단까지 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지만 오후 6시부터 단체 이용객이 빠지기 시작하면 진짜 롯데월드를 하루 종일 있으려는 사람들만 남기 때문에 극성수기만 아니라면 대기 시간을 확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오후 7시에 아트란티스의 대기가 줄어들어서 재빠르게 입장했다. 그리고 입구에 들어간 이후에 보이는 아름다운 석촌호수와 빌딩에 비치는 창문의 불빛이 보면 볼수록 황홀했다. 약 20분 뒤 탑승장에 들어가고 여전히 변함이 없는 캐스트의 개성 넘치는 멘트와 함께 안전바와 안전벨트에 대한 검사를 마치고 비클이 출발했다. 약 5초간의 잔잔함이 끝나면 곧장 급발진을 시작하는데 그때부터는 스릴감 덕에 웃음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빠르게 지나가서 보이지 않겠지만 애니메트로닉스도 상당히 정교하지만 밤에 타면 애니메트로닉스가 초록색이나 빨간색 조명으로 빛나기 때문에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는 점도 낮보다는 밤에 타는 것이 더 좋다는 걸 알려주는 이유 중 하나였다. 물론 두 번의 낙하 구간에서 손을 드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되는 재미 포인트 중 하나다.
그리고 오늘은 날씨가 매우 흐렸다. 심지어 롯데월드타워의 상층부는 엄청난 구름으로 인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롯데월드타워에는 스카이워크가 있는데 이런 날씨에서는 서울의 야경 대신 오로지 구름 밖에 보이지 않았을 테니 완전히 낭패를 봤겠지만 롯데월드에 있는 나에게는 꽤 특별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그런 뒤 정상에 도착한 자이로드롭도 사진으로 담았다. 자이로드롭은 첫 탑승 때 엄청난 공포에 빠트렸다. 허공에 계속 뜬다는 것도 있지만 짧은 낙하 구간에서의 속도는 내 상상을 뛰어넘었다. 물론 석촌호수의 전경을 360도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를 보려면 공포를 이겨내야 한다는 점에서 흔히 말하는 등가교환이 있는 셈이다. 풍경을 보려면 공포심을 이겨내야 하는 거다.
다섯 번째는 아슬아슬하게 파라오의 분노를 싱글라이더로 탔었다. 싱글라이더는 해외의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는 오래 전부터 했지만 롯데월드는 2년도 되지 않았다. 파라오의 분노도 롯데월드에 왔다면 탑승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파라오의 분노가 싱글라이더 제도에 속하는 어트렉션이 되니 싱글라이더를 적극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로티와 로리의 얼굴이 그러진 서비스 우수 업장이라는 표식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이를 보며 파라오의 분노 캐스트가 얼마나 친절한지 잘 알 수 있었다.
파라오의 분노는 지프차 형태의 비클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마치 모험을 떠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태밍으로 볼 수 있었는데 특히나 비클의 뒤를 보면 여행 가방이 쌓여 있는 디테일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밖에도 일부 비클에 한해서는 계기판에도 불이 들어와서 어두운 내부에 들어갈 때 홀로 빛을 낸다는 것도 어두운 공간을 질주하는 듯한 느낌이 드러서 좋았다. 게다가 중간중간 잘 살펴보면 상형문자나 그림이 있는데 어느 정도 디테일 있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파라오의 분노는 처음 출발할 때를 제외하면 엄청나게 격렬한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그때 팔이 강하게 비클과 부딪힐 떄가 있고 맞을 떄는 아프지만 이후에는 웃음과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작은 디테일이었다. 게다가 탑승 시간도 5분 정도라서 꽤 긴 편이라서 대기 시간이 길지만 싱글라이더를 잘 활용하면 더 좋다.
대망의 마지막 어트렉션은 막차로 탑승한 회전목마다. 회전목마는 스릴이 있지 않지만 롯데월드에서는 유니크한 어트렉션 중 하나다. 사람들의 롯데월드 인증샷의 대다수는 회전목마 앞에서 찍는 사진이다. 그리고 어트렉션 중 유일하게 카운트다운이 있다. 카운트다운이 다 되면 회전목마의 불이 꺼지며 롯데월드의 운영도 끝나는 식이었다. 내가 탄 게 마지막 운행이라서 입장이 마감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롯데월드의 회전목마에는 비밀이 하나 존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글은 이미 올렸으니 여기서 생략하겠다. 캐스트의 안전벨트 검사가 끝나자 동심 가득한 노래와 함께 마지막 회전목마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회전목마 주변에는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들에게 일일이 손을 흔드는 것만큼 회전목마의 재미를 상승시키는 순간이 없었다. 그리고 회전목마 가운데에 있는 하늘 그림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이후 회전목마를 타고 나서 짧게 4층으로 올라갔다. 4층은 후렌치 레볼루션의 하이라이트 구간 중 하나인 레일 위 다리가 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뒤 근사한 디자인의 조명도 찍고 레일과 같이 있는 다리의 전경도 사진으로 담았다. 그 외에도 지금은 사용되지 않고 있는 공실과 레일을 정면으로 찍은 사진을 찍은 뒤 회전목마의 불을 끄는 카운트다운이 끝난 직후 회전목마의 불이 꺼지자 바로 정문을 통해 롯데월드를 빠져나가며 오늘의 하루도 무사히 끝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