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칠한말티즈 Jul 25. 2021

조작의 시대

 정보화 시대를 맞아 인터넷엔 수많은 정보들이 떠다닌다. 수십 년 전에는 신문, 책 등 텍스트로 전달되던 정보들이 최근에는 TV, 인터넷 등을 통해 소리와 영상으로 전달되는 추세이다. 침대에 누워 손가락만 몇 번 움직여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 그 공간은 원하는 정보를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정보의 편의점 그 자체다.


 그 속에서 파생된 문제 중 하나는 자극적인 정보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한 사람과의 오랜 연애가 익숙해져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과 비슷하게 평범한 정보들의 향연은 새롭고 자극적인 정보를 찾게 만든다. 현실적인 드라마는 더 이상 흥행하기 힘들고, 막장의 요소들을 무지막지하게 집어넣거나 수위를 높이고 영화 같은 픽션을 집어넣어야 흥행한다. 기자들은 기사의 제목을 내용과 무관하게 자극적으로 꾸며내다 기레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는 사람들이 자극성에 심취해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현상이 아닐지, 그리고 점점 더 많은 분야에서 자극성 낚시들이 판치게 되는 것은 아닐지 심히 염려스럽다.


 이런 우려를 하게 된 발단은 한강 대학생 실종 사건이었다. 비슷한 또래인 데다 의대생의 치열한 삶을 공감하기에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새로운 소식이 들릴 때마다 찾아보던 중 유튜브를 중심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가는 음모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안타까운 사건에까지 이런저런 쓰레기들이 모여드는 것을 보며 안타까웠다.


 네티즌 수사대를 비하하는 발언이 아니다. 사회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진실을 좇는 사람들을 어찌 비난할 수 있겠는가. 여러 굵직한 사건들을 해결해낸 역사가 있고, 세상의 비리를 밝히기 위해 노력한 그들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내가 혐오하는 사람들은 사실을 조작해서 자신의 말을 그럴듯하게 꾸미는 소수의(?) 사람들이다. 


 예를 들면 한강 실종 대학생의 친구 A 씨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다. 유명 로펌 변호사라느니, 의대 교수라느니, 여러 유튜버들의 갑론을박을 듣다 보면 부모님이 여러 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유족의 간절한 마음은 고려하지도 않은 채 유언비어를 퍼뜨려 네티즌을 선동하고, 조회수를 늘리려는 그들의 행동이 나는 사람의 행동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경찰이 뒷돈을 받았다느니, 부검 결과가 조작되었다는 등 자신의 의견을 진실처럼 꾸미기 위해 퍼즐을 이리저리 끼워 맞추고, 사라진 조각은 조작을 통해 만들어낸다. 그렇게 남의 마음을 짓밟으면서 이익을 얻는 생활이 행복할까?


 적어도 선을 지키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그 선이란 정의 내리기 어려운 경계이지만,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고 부족한 점은 인정할 수 있는 공감과 선의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말과 행동이 어떤 파급력을 가지고, 타인에게 어떤 상처를 줄 수 있는지 충분히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회.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참 마음 아픈 사건이었습니다. 故손정민군의 유족들의 황망한 마음을 실로 헤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억측을 하고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들이 야속했고, 혹여나 이를 듣는 유족들이 어떤 마음일지 걱정되었습니다. 그들을 위해 진심을 담은 목소리를 내어준 수많은 국민들의 청원은 분명 많은 위로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절대로 그들의 마음을, 안타까운 사건을 이용해서 이익을 챙기려는 이들은 상처만 남길뿐, 절대 용납되어선 아니 될 것입니다.


 제 주변에도 거짓말을 해서라도 자신한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하는 분이 있더군요. 별주부전의 토끼와 같은 현명함이라고 표현하시던데 조금은 다른 의미라고 생각됩니다. 그 이야기의 포인트는 거짓말이 곧 지혜라는 것이 아니니깐요.


 조작과 음모론이 판치는 이유는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신뢰하기 힘든 사회가 되었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조작과 음모에 조작과 음모로 맞서는 것이 옳지는 않은 것 같아요.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이라고 하나요. 시골 출신인 저에게 부모님은 오고 가는 정을 강조하셨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현대 사회에서 '정'이 많은 사람은 사기당하기 십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서로를 믿고 정을 붙이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조작과 음모가 없고 이익보다 양심이 우선되는 사회를 바라는 것은 너무 어린 욕심일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유월의 햇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