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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돌 Oct 23. 2022

사무실


의미 없이 떠들어대는 TV 소리가 사무실 내에 퍼지고 모두는 말이 없다. 키보드 위로 바쁘게 움직이는 손가락들은 가끔 갈 길을 잃고 커서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바쁘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할 만큼 일에 열중해 있다 보면 머릿속에서 길고 가늘게 뻗은 크래커 위로 쥐 한 마리가  달려가는 것을 3인칭 시점으로 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러다 "똑" 하고 길이 끊어진다. 쥐는 멈춰 선다.


쓰고 있던 보고서의 내용도 하고 싶었던 말도 전원이 나간 듯 일순간 사라진다.

드디어 TV 소리가 들리고 업무에 몰두한 사람들이 보인다. 때마침 누구 하나가 일어나 믹스 커피를 젓기 시작하면

불현듯 사랑의 기억이 엄습해온다.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본다. 아득한 바다가 있다.

저 너머에는 당신이 있을까.

해본 적 없는 생각들로 머릿속이 일렁이고

흠뻑 젖은 크래커는 새똥처럼 바닥에 쏟아지기 시작한다.

나는 사랑에 대해 무얼 알고 있나


그대여

가끔 당신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가 없을 때가 있다.

나는 사랑에 대해 무얼 알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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