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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돌 Jul 3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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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적거리는 몸으로 어두운 시골길을 걸으며 이름 모를 벌레가 뛰어다니는 풀 밭을 지나 불편한 옷에 불편한 신발을 신고 가끔 차들이 지나갈 때 쏘아대는 헤드라이트의 눈부심과 땀인지 벌레인지 모를 가려움과 심지어 발가락 사이에 낀 작은 돌멩이를 겨우, 미지근한 맥주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가수의 노래로 달래어야 한다 해도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북두칠성을 찾고

온 길을 다시 지나 더 멀리도 걸어보고

끈적거리는 팔이 닿을 때면 스물의 설렘을 떠올리며

근육 하나 없는 팔로 나를 지켜준다던 너의 뒤에 숨어

그 봄에는 또 어떨까

다음 여름에는 또 무얼할까 열중할 수 있는 것은


문장의 곳곳에 네가 있기 때문이다.


너의 말은 나를 용감하게 하고

미소는 나를 다정하게 하며

친절은 나를 재잘거리게 하고

눈물은 나를 아프게 한다


우리 사이의 작은 영광에게 기도를 올린다.


네가 사랑하는 것들을 나도 사랑할 수 있기를

네게 쏟을 사랑에 소홀하지 않기를

사랑이 가진 여러 이름을 잊지 않기를

영영 우리 사이에 사랑이 아닌 것은 넣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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