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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돌 Oct 16. 2021

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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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가을바람이 차게 부는 달빛 아래에서

나와 함께 계절을 세던 이는 국화였다

숨결에도 무너질 것만 같은 초록으로부터

노란 꽃잎을 가득 피워낸 기적의 꽃


휙 지나간 것들이 당신께 나긋이 내려앉는다

당신에게는 그런 재주가 있다

몽롱하게 젖어가는 시간에 팔을 휘저어본다


바스락거리는 종이와 이름 모를 식물

드디어 나는 당신의 한 자락에 닿아

나만 아는 목소리로 당신을 맞이했다


아뿔싸

꺼내 든 식물에 색을 입혀볼걸

녹색 잔디에 비추었다가 당신을 입혀볼걸


지나고 나서야 나란히 앉은 우리를 본다

먼 별처럼 그저 무수히 피어 살고 있는 사람

아마 우리가 별을 세는 동안

나는 당신의 노란빛에 꽤 많이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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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시간을 내어 창가에 앉았다

쌀쌀한 계절이면 온갖 빛이 나를 비추었다가 멀어진다

조용한 음악을 틀어놓고

차분히 반투명 종이의 다음장을 넘겨본다


만두 같은 달과 노란 국화

초록의 정원과 다가오는 겨울

별과 허브티 차가운 손

하얀 슬리퍼와 그 다음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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