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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돌 Sep 20. 2022

가을

사랑해야만 적을 수 있는 글이 있다.

내게는 봄이 그렇다.

언제든 떠올릴 수 있는 겨울과 가장 바쁜 여름, 나를 한없이 무너트리는 가을. 그러나 그 어디에도 봄은 없다.

봄은 온통 사랑으로 이뤄져 있어서 나는 그것이 없이

봄을 떠올릴 수 없다.

분홍빛 꽃밭 위로 아른거리는 아지랑이

손 끝에 닿지 않아도 따스한 허상

나는 그것을 쫓는다

쫓다

쫓는다

쫓다 붉은 단풍을 만났다.


쭈그리고 앉아 무언가 열심히 만들고 있는 붉은 단풍

나는 붉은 단풍과 눈을 맞추기도 전에 사랑에 빠졌다.

내게 악기가 있었다면 어설픈 솜씨로 활을 켜

단풍을 뒤돌아보게 만들었을텐데

그러지 못해 그냥 사랑한다고 말했다.

무턱대고 손을 크게 뻗어 하트를 그려 보였다.


그렇게 가을이 되었다. 우리가 사랑하게 되었다.

단풍은 갈수록 아름다워지는데

그게 가을이라 그런지

아니면 그냥 시간이 갈수록 더더 아름다워지려는지

잘 모르겠다.


계절은 당신을 알지 못한다.

봄은 당신을 설명하지 못한다.


아마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은 여름의 불가사리나 겨울의 별빛 정도로 생각하겠지. 그러나 그것은 완전히 틀렸다. 당신은 가을의 붉은 단풍이다. 30 여름과 70 겨울을 휙휙 저어 만든 나의 가을이다.


나의 고백은 실력이 영 늘지 않아

여전히 미숙하고 뻔뻔하게 사랑한다 거듭 뱉을 뿐이지만

사랑은

사랑만은 두 팔을 하늘 끝까지 뻗고 뒤꿈치까지 들어봐도

이미  안에  담을  없을 만큼 커졌다.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지금의 가을과 그다음 가을에도

그 다음다음 가을과 그 다음의 다음다음 가을에도

지구상의 모든 가을이  사라진 다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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