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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돌 Sep 29. 2022

히말라야

나는 히말라야산맥을 넘어 물건을 조달하는 상인조합의 일원이다. 오늘은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되어 선배와 일찍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상부에서 여러번 강조를 한만큼 중요한 물건들을 꼼꼼히 챙겼다.

점점 시간은 가까워져 다른 팀들과 선후배들이 모두 도착했다. 나만 준비가 되면 우리 모두는 저 춥고 험한 눈 덮힌 산맥을 넘으려한다. 한시가 바쁘다.

그런데 내가 옷을 너무 춥게 입고 왔다. 급하게 나서느라 패딩을 챙기지 못한 것이다. 나는 급하게 천조각과 누더기들을 주워 자켓 안으로 구겨 넣었다. 동기와 다른 팀 선배가 나를 재촉하며 동시에 걱정했다.

나는 서둘러 짐을 챙겼으나 막상 장갑이 없다.

다행히 여행자들이 두고간 장갑이 보여 주머니에 챙겨넣었다.


다됐어요! 출발! 출발!!


나는 소리쳐 출발을 알렸다. 기다리다 지친 조합원들은 말없이 산행을 시작했다. 긴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긴장해서 이미 온 몸이 땀으로 젖었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다. 조금 늦긴 했지만 해 지기 전에는 다음 캠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두껍게 쌓인 눈 위로 발이 푹푹 빠졌다.

여기는 히말라야, 나는 조금 설레었다.

마음이 안정되자 이제야 주변의 경치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앞서가는 친구가 허벅지가 드러나는 짧은 패딩을 입었길래 춥지 않을까 걱정도 들었다.

그래도 발에는 양털로 덮힌 부츠를 신고 있길래 다행이다 생각했다. 친구와 나란히 가는 팀장님도 같은 부츠를 신고 있었다.


이상했다.

그 앞의 사람도, 내 옆의 사람도, 저 멀리 가는 사람들도

모두 다 같은 양털부츠를 신고있었다.

이상하게 나만 갈색구두를 신고 그 험한 산을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무서웠다. 내 발에는 눈이 들어차 젖고 있었다.

춥고 겁이나서 먼저 가라고 소리치고는 미친듯이 눈 덮힌 산을 뛰어 내려와 베이스 캠프로 향했다.

젖은 구두를 대신할 신발을 찾기 위해서.


캠프   창고에는 여러브랜드의 신발이 다양한 사이즈  박스  차곡차곡 쌓여져있었다. 나는 허겁지겁 그것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낡은 캔버스화부터 번쩍이는 신상 농구화까지 온갖 신발들이 나왔다. 그러나  발에 맞는 신발은 없었다. 나는 멀어지는 상인조합을 보면서 빨리 아무 신발이나 꺼내서 사이즈만 맞춰신고 쫓아 가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골라잡은 것이 새하얀 280mm 에어조던었다.

발이 250mm 정도인 나는 떨리는 손으로 사이즈를 맞추려 다른 신발의 깔창을 빼서 조던에 넣고, 내가 신은 양말도 벗어서 넣고, 신문지도 구겨서 넣었다. 하지만 그래도 신발이 너무 커서 신을 수가 없었다.

급한 마음에 마침 앞을 지나가는 등산객 아줌마들이 흘린 팔토시도 주워서 내 신발에 쑤셔 넣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갑자기 그 아줌마들이 나를 둘러싸고 팔토시를 강매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팔토시는 신축성이 좋고.. 냉감소재라 시원하고 .. 물에도 막 빨아쓰고.. 가격도 저렴하니 여러개 사서 돌려쓰면 되고..."


나는 온 몸이 땀으로 젖고 손이 떨렸다. 심장은 미친듯이 뛰었다. 신경은 엄청 곤두서 미칠 것 같았다.

멀어지는 상인 조합은 나를 완전히 잊은게 분명했다.

어깨를 스치는 서늘한 느낌에 두 눈을 번쩍 떴다.



악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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