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세시 Sep 29. 2020

그림자가 길어서 슬퍼지는 시간

20140831:2105

벌써 가을이다.


가까이에 머리를 쓰다듬던 하늘은 멀어져
푸르도록 차가운 마음을 남기고
그 아래 나무는 슬픔을 이길 길이 없어
애써 잡고 있던 잎을 땀방땀방 떨군다.

벌써 가을이다.

여름 햇살의 뜨거운 시선을 피할 길 없어

검게 그을린 그림자를 길게 뽑은 나무는
쉼 없이 흩날리는 머리채
붉고 푸르고 노랗게 돌바닥에 흘렀다.

벌써 가을이다.

여름내 마주하고 소란스레 떠들던
수없는 속삭임이 귓등에 울리자
한산한 바람이 추억으로 감아
기억의 끝으로 점점해 가고,
나는 가슴으로 한 겹 두 겹 옷을 채워 허전함과 바꾼다.



마지막 여름밤을 기하여.


8월이 끝났다.
강렬한 여름의 상징, 시끌벅적한 여름의 상징
20대의 활력을 가진 여름, 순수함과 열정과 솔직함을 가진 여름
그 여름을 대표하는 8월이 간다.

아직 채 가기도 전에 가을이 와서 여름을 밀어내고 있다.
나는 아직 인사도 못했는데 내가 경황없이 시간을 쓰는 사이 여름은 떠밀려 떠나고 있다.

안녕 여름아~ 다시는 오지 않을 오늘의 여름아.
그리고 더없을 오늘의 가을아 안녕?

매거진의 이전글 잔치국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