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21:0720
여기저기 헤지고 닳아 군데군데 구멍이 나고 금이 간 신발을 신고
비가 와서 잔뜩 이슬을 머금은 풀숲을 헤치며 등산을 마쳤다.
우연히 산모롱으로 난 꽃길을 발견하여 걷다 보니,
신발 참, 고생했구나.
아빠가 이 신발을 보더니 신발 좀 새로 사 신으란다.
나는 아직 걷는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해진 신발을 신고 걷는다고 걷지 않는 게 아니다.
신발, 네가 내게 졸 수 있는 것이 닳은 밑창뿐이라도
나의 걸음을 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를 사랑한다.
닳은 글을 써서 보아 줄 자가 나뿐이라도
나는 여전히 글쓴이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