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우린 남이야
결혼을 하는데 회사나 주변에선 이런 말을 정말 많이 했다."결혼해봐라, 무조건 싸운다." , "연애랑 결혼이 같냐?", "항상 같이 붙어있어 봐라, 연애 때처럼 좋은가." 이런 핍박(?)에 '그렇게 싸우셔서 가정은 참 행복하시겠어요'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나는 씁쓸한 웃음으로 대신했다. 왜 결혼을 하면 싸우게 된다고 하는 것일까?
난 TV프로를 거의 보지 않지만, 그날따라 먹방이나 볼까 하면서 채널을 돌리다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부부싸움, 편 가르기, 고성과 무시가 난무하는 부부 무림의 결정체 동치미(?)라는 프로를 보게 된 것이다. 우리가 남이야?라는 질문 속에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고, 그걸 따르지 않는 사람을 욕하고 서로 싸우는 신개념 프로그램이었다. 몇 분을 더 보지 못하고 TV를 껐다.
수많은 커플들이 10년을 함께 지내도 싸우는 이유는 어느새 마음속에 자란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 때문이다. 10년이면 한 몸 같을 텐데 가끔씩 보이는 서로 다른 모습에 상대방에게 더 쉽게 실망하고 이내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왜 이렇게 밖에 못해?
부부가 싸울 때
'정리를 왜 이렇게밖에 못해?'
상사가 부하직원을 나무랄 때
"일을 왜 이렇게밖에 못해?"
엄마가 아들 성적표를 보고
"공부를 왜 이렇게밖에 못해?"
싸움과 갈등에 참 많이 존재하는 말이다. 여기서 '이렇게밖에'의 기준은 어디 있을까? 오로지 그 자신이다. 자신과 같은 생각, 같은 마음, 같은 등급, 같은 레벨로 행동하지 못함을 욕하고 결국 싸움으로 번지게 되어버린다.
그 사람은 내가 될 수 없다. 나랑 똑같이 생각할 수 없고, 내 기준에 맞춰서 행동하지 않을뿐더러, 내 말대로 무조건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과 나는 남이기 때문이다.
10년 연애 + 싸움 없는 부부는 왜 싸우지 않을까? 우리가 싸우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남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무리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고 같이하지만 우리는 남이다. 이 너무나 당연한 생각이 갈등을 일으킬 상황을 자연스럽게 해결해준다.
같을 때 더 기뻐하고
다를 때 더 관대하게
우리는 남이기 때문에 서로 좋아하는 메뉴가 같거나, 비슷한 생각을 할 때면 너무 신기하고 행복하다. 우리는 남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생각을 할 때에 상대방의 입장에서 조금 더 관대하게 이해해준다. 우린 이렇게 이해하고 기뻐하며 사랑하고 있다.
우리가 남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은 상대방을 존중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린 상대방의 생각, 기준, 살아온 삶, 환경 그 모든 것들을 이해했기 때문에 비로소 싸움이 없는 삶의 출발점에 설 수 있었다.
남을 존중 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 말이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싸움이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사라질 때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가 남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서로를 존중하고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지 아닐까?
좋은 날, 분위기 있는 남미 음악이 듣고 싶다면?(feat. 핑번역)